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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적 기초의 중요성

윤일현 교육칼럼

  • 입력 2015.08.13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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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느끼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밥은
굶어도 컴퓨터는 해야 한다. 한 교실에서 20% 정도는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컴퓨터에 중독되어 있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컴퓨터뿐만 아니
라 오로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가족과 친구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방 안에만 박혀 사
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 그것이 만든 가상세계로 현실을 대체해 버리
고 스스로 그 안에 갇히는 사람들을 일본어로 ‘오타쿠’라 한다. 그들은 현실 세계의 구
체적인 삶은 뒤로 한 채 만화, 비디오 게임, 아이돌 스타, 인형 모으기 등과 같은 것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한다.오타쿠가 되는 출발점은 대개 컴퓨터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 대학이 아니고 도서관의 책이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물론 컴퓨터를 사 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책을 사 줄 것이다” 컴퓨터의 황제라
는 빌게이츠의 이 말을 우리 부모님들은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내가 만약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애플사가 가지고 있는 모
든 기술을 그에게 줄 것이다”라고 말한 스티브 잡스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책을 읽어
야 부가가치 높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는 너무 많은 시간을 정보의 쓰레기통을 뒤지는데 허비하고 있다.
영상 매체가 활자 매체에 비해 시각적, 청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와 닿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영상 매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전개되
는 영상매체는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사람을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하고 수
동적인 인간이 되게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는 언어의 잠재적 가능성을 확대한
다. 문맥상의 틈새를 읽으며 우리는 자신의 지적 깊이와 폭을 확장하게 된다. 그리스 문
명은 글쓰기 혁명을 통해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되었다. 기원전 7세기 무렵 종이에 해당
하는 파피루스가 들어오자 그리스인들은 그 위에 시와 희곡, 법 조항을 기록하는 등 글
쓰기 붐이 일어났다. 기록이 쌓이면서 도서관이 생겼다. 지식의 축적과 생산이 폭발하
면서 민주주의는 세련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민주주의가 생겨나게 한 토론의 광장인 아테네 아고라의 초기 풍경은 천박한 궤변과
거친 공격이 난무하는 혼란한 모습이었다. 글쓰기가 정착되면서 아고라에는 합리적 토
론과 논리적 사고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기록으로 남게 될
때 인간은 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품위 있게 행동한다.
자녀를 둔 가정에서 토ㆍ일 중 하루는 TV와 컴퓨터,
휴대폰 없이 생활하며 자녀와 함께 서점에도 나가보고
책 읽는 시간을 가져보자. 디지털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적인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며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정서
적, 지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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