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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행정 실종… 이상한 대구시

  • 입력 2011.04.12 00:00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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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하수처리장 슬러지건조고화시설 공기지연미숙한 일처리로 지체보상금 부과 난망·수십억 혈세낭비남는 슬러지 처리비 하루 540만원대구시 "늦은들 어떠리 되면 그만…"

 

부실시공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서부하수처리장 슬러지건조고화시설 사업이 당초 계약보다 완공이 최소 9개월 이상 지연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지체보상금을 물리는 일조차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공사 발주 기관인 환경시설공단이 멋대로 설계변경과 공기연장을 허용한 때문이다. 대구시의 관리능력 부재에 따른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희한한 사태가 연출되고 있다.


완공 1년 이상 지연 불가피할 듯

대구시와 환경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2007년 5월 착공한 서부하수처리장 슬러지건조고화시설은 준공일이 당초 지난달 23일에서 12월23일로 연기됐고, 실제로는 내년 5월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달서 북부 신천 서부 4개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슬러지를 건조, 감량해 쓰레기매립장 복토제 등으로 사용하는 사업으로 국ㆍ지방비 660억원이 들어간다.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회는 부당한 설계변경 등에 따른 추가비용 20억원과 완공 지연으로 추가 지출하게 된 슬러지해양투기비용, 그리고 지체보상금 등을 부과하고 관련자 고발을 집행부에 촉구했다.

 

상식적으로는 명백한 시공사 책임이므로 전체공사비(660억원)의 0.1% 6,600만원과 미처리 슬러지 해양투기비용 540만원 등을 매일 받아 내야 한다. 하지만 공단측의 안이한 일처리 등으로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해 논란이다.

 

설계변경 허용 등 면죄부 남발

 

이번 사업은 키만 돌리면 가동할 수 있는 턴키, 즉 설계ㆍ시공 일괄시공 방식으로 발주됐다. 시공사는 현장 상황에 맞게 설계와 공사를 해야 하지만, 공단측은 설계 변경과 준공기일 연장 등을 '합법적'으로 해 준 바람에 시공사가 불응하면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며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당초 계약과 달리 시공사가 2008년 10월 처리용량을 하루 300톤에서 270톤으로 축소해 줄 것과 다른 설계변경과 공기연장도 모두 수용한 바람에 계약위반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된 탓이다. 당시 시공사는 원래의 설비가 효율이 떨어지자 다른 모델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미 완공한 구조물의 크기 때문에 소용량 모델로 바꾼 것이므로 명백한 시공사 책임인데 공단측이 면죄부를 준 것이다.

 

소화조 문제 사전 경고 불구 늑장

 

공기지연의 주범은 하수처리과정에서 나온 슬러지를 썩히는 소화조 보수 지연에 있다.

 

시공사는 계약과 달리 소화조 진단을 '즉시' 하지 않고 착공일로부터 15개월 이후에 하는 바람에 일이 틀어졌다. 수십㎙ 높이의 밀폐된, 초대형 유조탱크처럼 생겨 내부 사정을 잘 알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한 때문으로 보인다.

 

4개 처리장에 설치된 소화조는 모두 24개. 2009년 4월부터 2년만인 최근까지 2개 처리장의 6개는 수리했고 신천과 서부처리장의 3개가 남았으나 연내 완공이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 100톤 가량의 미처리 슬러지를 1톤당 5만4,000원을 주고 해양투기하고 있다. 더구나 2년 넘게 40억∼50억원에 이르는 소화조 보수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외상공사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럼에도 공단 직원 2명이 감사원 감사 끝에 주의처분을 받았을 뿐, 몸통이 다 퇴직했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당시 문제의 장본인은 대구시 공무원이었고, 공단으로 옮기기 전 사업계획을 입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최종 책임은 결재라인에 있다는 지적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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