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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계명대 백승균 목요철학원장

  • 입력 2011.04.24 00:00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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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學은 미래를 가능케 하는 학문… 인문학적 상상력은 이공계에 더 절실"국내 최장수 인문학 포럼 30년만의 외출김지하 하버마스 등 국내외 석학들 거쳐가목요일 오후 2시 시립중앙도서관으로 옮겨

 

계명대가 낳은 최고의 명품브랜드, 대구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목요철학세미나'. 단 한 번도 캠퍼스를 벗어나지 않았던 '목철'이 이 달부터 대구시립중앙도서관 시청각실로 세미나실을 터전을 옮겼다. 1980년 10월8일 계명대 변규룡 교수가 계명대 대명동캠퍼스에서 '아가페와 자비'를 주제로 첫 세미나를 연 지 30여년 만이다.


'목요철학 인문포럼'이란 이름으로 시립도서관에서 새 출발한 목철은 시작부터 반응이 폭발적이다. 오후 2∼4시 일과시간 중이지만 14, 21일 열린 539회, 540회 세미나에는 220석의 좌석을 가득 메웠고, 일부 참석자는 2시간 넘게 서 있으면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계명대는 지난달 목요철학원을 학교의 공식기구로 설립했다. 계명대와 대구의 자랑거리인 목철을 더욱 발전시키고, 시민들의 정신세계가 풍요롭게 하자는 뜻에서다.

 

목철 창설멤버이면서 초대 목요철학원장인 백승균 계명대 명예교수를 만나 외출 배경과 의미, 향후 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목철로 익숙한 목요철학세미나, 첫 시작은 언제.

 

"1980년 10월 8일 대명동캠퍼스에서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학생들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부터 발표 1시간, 토론 1시간 내지 1시간30분씩 어김없이 지키고 있다. 학기 중에 8∼10회씩 열렸고,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캠퍼스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출범 배경은.

 

"1978년께부터 지역 일부 대학 철학 심리학과 등 교수 몇 명이 지역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를 산발적으로 열어 왔다. 80년 봄. 학생들의 지적 욕구는 어느 때보다 왕성했으나 그에 부응하는 주제나 공간, 행사가 없어 아쉽게 생각하다 공개강좌를 정례화했고, 그것이 목철이다. 또 자기 주장이 강한 30, 40대 교수들의 토론이 논쟁으로 비화하기 일쑤였다. 우리끼리 이러지 말고 전공과목 이외의 논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하자는 의미도 있었다."

 

-효과는.

 

"1990년대에 생긴 슬로건이지만, '철학의 대중화, 대중의 철학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특히 학생들에게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주고 토론에 익숙해질 수 있게 했다. 튀빙겐대학 헤어만 교수가 목철에 왔을 때 학생들의 송곳 같은 질문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 동안 누가 강연했나.

 

"성직자 시인 정치인 예술가 사회복지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국내외 석학들이 강단에 섰다. 하버마스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 윤사순 고려대 명예교수, 김지하 시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피터 싱어 등 이루 열거하기 어렵다."

 

-주로 다루는 주제는.

 

"문학 환경 생태 미학 영상 가정폭력 사진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하다. 현상을 얘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현상을 가능케 하는 근거를 밝혀 보자는 것이다."

 

-주제선정과 강연자 섭외는 어떻게.

 

"철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한다. 예나 지금이나 무료공개강좌로 운영한다."

 

-어떻게 목철이 밖으로 나오게 됐나.

 

"요즘 학문의 경향은 모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로 대표된다. 철학과 교육, 대학과 사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철학도 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나가야 한다. 논란이 있었지만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목철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람됨과 자유함의 가치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한다. 궁극적인 자유의 단계에 이르도록 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대구에서 목철의 의미는.

 

"대구는 교육도시이면서 문화도시다. 대구의 저력은 문화의식에 있다. 서울이 융성 하는 것은 정치와 경제 때문이 아니라 문화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있어야 정치 경제도 들어온다. 목철이 대구 정신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최근 청년실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인문학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인문학 관련 학과가 통폐합되고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위기다. 현대산업사회에서 철학의 의미는.

 

"1954년 선교사들은 당장 필요한 빵과 기계, 비누를 만들 학과보다 영문학과 철학과로 계명대를 만들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는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철학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케 하는 학문이다."

 

-이공계에서도 필요한가.

 

"융통성 있는 사고를 가능케 한다. 선진국에선 세계적인 철학자가 공과대 교수로 있는 것이 허다하다. 포스텍이 이진우 전 계명대 총장을 모셔간 것도 그런 때문이다."

 

-향후 계획은.

 

"인문포럼과 함께 학생 직장인 등이 참여할 수 있는 날을 잡아 '시민을 위한 철학 인문학 강좌'를 매주 열 宛뮌甄? 또 빠르면 이번 학기 중에 청소년을 위한 철학 인문학교실도 개설할 예정이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인생의 장부가 약간 손해 보더라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결산할 때 파산할 것 같은 장부가 흑자로 변해 있을 것이다. 목철 엠블렘을 넘어지지 않게 끊임 없이 도는 팽이를 형상화했다."

 

 

 

 

● 약력

1936년 대구생

계성고 졸업ㆍ고려대 화학과 중퇴ㆍ한국외대 독어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석사(서양철학)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철학부 수학ㆍ독일 튀빙겐대 철학박사

계명대 철학과 교수ㆍ부총장

현 대한철학회 이사장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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