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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를 대구 시장으로!

  • 입력 2014.03.26 00:00
  • 기자명 유명상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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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2월이었습니다.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느라 밤을 뜬 눈으로 보낸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기분은 좋았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한국인의 끈기와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 까닭입니다.
저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로 박승희를 꼽고 싶습니다. 두 번이나 넘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감동했습니다. 그의 몸부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 정신 그 자체였습니다.
비록 동메달을 얻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금메달보다 더 가치 있는 성과라는 것을 잘 알 고있습니다.


러시아의 쇼트트랙 신(神), 안현수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습니다. 안현수 선수의 경기 모습이 바로 그랬습니다. 그는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두 개의 메달을 땄습니다.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최초의 동메달과 금메달이라고 합니다. 안현수가 없었더라면 러시아 쇼트트랙의 역사는 소치에서도 제자리걸음을 했을 것입니다. 혹자는 러시아 선수들이 안 선수를 신(神)처럼 떠받는다고 하는데, 그의 활약을 보자면 납득이 가는 말입니다. 안현수는 조국을 등지고 러시아로 귀화한 선수입니다. 어떤 이들은 지금도 ‘배신자’라고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빙상연맹의 파벌싸움 때문에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데다 소속팀마저 와해된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운동을 포기하느냐 러시아로 가서 운동을 계속하느냐,
두 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안현수는 고심 끝에 러시아행을 선택했습니다. 유망주가 귀화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세계 1위가 입증된 선수가 다른 나라의 국기를 다는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의 귀화는 말 그대로 우리 스포츠계의 비극이었습니다.
‘안현수’가 빙상계에만 존재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무수한 안현수가 있습니다. 정치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제껏 선거가 있을 때마다 말로는 “학연이나 지연을 따지지 말고 인물을 보자.”, “진짜 일잘하는 사람을 뽑자.”고 하지만 막상 투표를 할 때는 출신학교, 고향, 사는 지역 따위의 정보가 머릿속에 그득해집니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공약집을 꼼꼼하게 읽던 유권자도 뒤로 갈수록 마음이 약해집니다. 결국 인물을 보고 뽑는 선거는 다음으로 미루어지고 ‘파벌’이 판을 치는 선거로 전락하고 맙니다.


“우리가 남이가!” 이제는 극복해야
이번에는 달라져야 합니다. 한가하게 파벌경쟁을 하기에는 지역의 사정이 너무 급합니다. 대구는 전국에서도 몇 손에 꼽히는 경기침체 지역입니다. 말 그대로 경제 구원 투수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우리는 ‘안현수’를 발굴해야 합니다. 능력은 충분하지만 ‘파벌’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안현수’를 찾아야 합니다. 유능한 일꾼이 능력을 발휘해 지역 경제와 문화, 복지에 ‘금메달’을안겨줄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흉년’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면 위로하고 격려해야겠지요. 하지만 ‘어른’들의 파벌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는 게 밝혀진 이상 그저 좋은 말만 할 수는 없습니다. 빙상계가 파벌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 쇼트트랙은 머지않아 불모지로 전락할 것입니다.
지역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남이가!” 하는 말에 넘어갈 게 아니라 진짜 실력 있는 ‘선수’를 선발해 경기를 내보내야 풍성한 ‘메달’을 거둘 수 있습니다. 파벌 싸움에‘안현수’를 놓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유명상 한국일보 대구.경북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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