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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머잖았습니다!

  • 입력 2014.04.11 00:00
  • 수정 2015.07.27 12:21
  • 기자명 유명상 한국일보 대구경북 취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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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현경대 수석부의장이대구를 방문, 인터불고호텔에서 통일특강을 했습니다. 현 부의장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을 화두로 통일에 대한국민의 공감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통일은 이제 ‘먼 훗날 선망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통일을 언급한 것도 그렇지만 여러 정황상 정말 가까이 왔다는 느낌입니다.

북한, 내부 결속력이 현저하게 약화
우선 북한 내부 정세가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200만 대의 휴대전화가 유통되면서 다양한 정보가 자유롭게 오가고 있고국내 정착한 탈북자가 북한 인구 1/1000에 해당하는 2만 5천여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북한내 가족 친지들과 연락이 닿고 있습니다.국내 인기드라마들이 CD등에 복사돼 북한내에서 버젓이 유통되고있습니다. 과거처럼 외부정보의 통제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먹을거리를 갖고 통제해오던 북한이 최근 심각한 식량난으로 지배계급층인 1백~2백만 정도 외에는 배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최근 장성택 처형은 북한의 이같은 내부 균열과 불안을 드러낸 반증이라고합니다. 북한을 출입하는 선교사에 따르면 몇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민들 사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특히 김정은에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신뢰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절대적인 추앙을 했으나 김정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불안정한 행보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입니다. 이 선교사는 “이제 정말 통일을 준비해야한다”고지인들에게 귀띔했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외교 정세, 무르익는 통일 분위기
국제 정세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무조건적으로 북한 편을 들었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두 나라 모두 미사일 발사 등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중국이 올해 초부터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또한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평화’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도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박대통령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는 유엔상임위 5개국을 두 번 이상 만나는 등 분위기 만들기에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해 한미합동군사훈련기간 중에 물질적 보상 없이 순수한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국제 사회가 우리 편으로 돌아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국제 사회와의 소통은 과거의 ‘통일’에서도 중요했습니다. 신라의 삼국 통일은 비록 전쟁을 통한 통합 운동이지만 외교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근본적으로 외교적인 부분에서 난관에 봉착해 나라를 잃었습니다. 고구려의 경우 중국에 여러 나라가 난립해 있을 때는 강국으로 힘을 떨쳤지만 중국이 수와 당으로 통일되면서 힘겨운 싸움을 싸우게 됩니다. 두 번의 큰 전쟁으로 국력이약해졌고, 결국 당과 신라의 일격에 국운이 기울었습니다. 백제는 외교 채널을 다양화 하지 않고 왜와 우의를 다지면서 ‘강국’ 고구려에 지나치게 기댄 측면이 많습니다. 나라를 잃은 후 뒤늦게 왜군의 지원을 받아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신라는 가장 약했지만 다양한 채널을 작동시켜 결국 승리를 쟁취합니다. 신라의 통일은 단순히 군사적 측면에서 볼 일이 아니라 외교의 승리라고 봐야 합니다. 또한 통일 후 당나라 세력을 적으로 돌린 것 등에서도 그들이 얼마나 예민한 외교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던 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일비용보다 분단비용이 훨씬 커
냉정하게 보자면, 통일에 대한 기대감만큼 우려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다”는 사고방식은 근거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분단비용 이 통일비용보다 더 들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방비로 GDP의 3%를 지출합니다. 과거에는 6~7%까지 치솟은 적도 있습니다. 통일 후 국방비는 1%로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통일 후 대한민국의 기술과 북한의 천연자원이 만나면 우리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당장 도로를 놓고 댐을 건설하고 발전소와 공장을 짓는 등 ‘일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널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에 앞서 통일에 성공한 독일 통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부분 서독이 동독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서독에서 동독으로 건너간 물품과 자금의 71%는 친척이나 교회 간의 교류의 결과였고, 서독 정부가 동독 정부에 지불한 3억1600만 달러 중 7400만 달러는 동독 정치범 석방 대가였습니다. 정부에서 준 돈은 인도주의 사안 해결이나 차관 형태의 지원이었지 무상지원은 없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통일이 되면 남한의 돈을 북한에 한정 없이 퍼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와 많이 다를 것입니다.
통일을 낙관하기에 앞서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앞으로 일어난 일에 대한 올바른 예측이 있어야 비로소 턱없이 겁을 내거나 무조건 낙관하는 잘못된 태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은 바로 내일 일어날 수 있는 ‘사건’
통일에 앞서 우리가 해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 통합입니다.지금처럼 세대간ㆍ집단간 갈등이 계속된다면 통일은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불러올 것입니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국민통합을 통해 통일을 차분하게 차근차근 준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평통에서 펼치는 탈북자 정착 사업도 가장 현실적인 통일 준비의 하나일 것입니다. 평통은 통일준비를 위한 ‘하나다섯사업’을 추진하고있다고 합니다. 100여 명의 변호인을 선임해 탈북자들의 법률 문제를 지원하고 벤처ㆍ중소 기업 등과 MOU를 체결해 탈북자 취업을 돕고있습니다. 또 장학재단을 발족, 탈북 청소년 영어연수 및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고 2:1멘토링사업도 진행하고있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유시장 경제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한뒤, 이들로 하여금 통일의 첨병역할을 하기위한 것이라고합니다. 통일준비의 좋은 사례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마음을 모으면 못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반면 마음이 흩어지면 아무리 쉬운 일도 태산을 옮기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명군의 참모로 온 유황상이 선조 임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귀국은 고구려 때부터 (군사) 강국이라 일컬어졌소!” 당의 100만 대군을 막아낸 나라가 왜군 따위에 무너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후 우리 조상들은 고구려의 기상을 기억하고 온 백성이 한 마음으로 뭉쳐 국난을 극복했습니다. 그렇게 파죽지세로 몰리던 조선군과 의병이 서서히 다시 승기를 잡아간 것은 용기를 가지고 마음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현실입니다. 이제 ‘오랜 시간 뒤, 그 언젠가 일어날 일’이 아닙니다. 마음을 뭉치고 힘을 모아서 통일을 준비해야할 때입니다.


- 유명상(한국일보 대구경북 취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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