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 S G(monosodium L-glutamate)

박진환의 미식예찬

  • 입력 2014.04.02 00:00
  • 수정 2015.07.27 11:47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맛에는 기본이 되는 원미라는 것이 존재한다. 서양에서는 물, 불, 공기, 흙이 만물의 기본요소라는 4원소설에 의해 쓴맛, 짠맛, 단맛, 신맛 등 4가지를 기본으로 여겨왔다.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설에 의해 쓴맛, 신맛, 짠맛, 단맛, 매운맛이 있다. 이에 보태어 제6의 맛이라는 감칠맛이 있다. 국물문화가 발달된 아시아에서 감칠맛을 내기 위해 동물의 사골, 사태나 해산물에서 맛국물을 내거나 버섯, 다시마에서 우려낸 아미노산 또는 핵산으로 혀에서 감칠맛을 느끼게 했다.
인공조미료인 MSG(L글루탐산나트륨)는 1866년 독일의 화학자 칼 리트하우젠이 처음 발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독특한 맛의 성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1908년 일본 동경대 이케다 기쿠네 박사가 다시마의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에 착안해 핵산조미료를 만들었는데, 고기에서 맛을 내는 핵산을 인공합성해서 만들었다.

대부분 당밀, 전분, 포도당 발효시켜 제조
MSG 제조법은 밀, 탈지콩, 옥수수 등의 단백질을 가수분해하는 방법과 화학적 합성법, 그리고 당밀, 전분, 포도당을 원료로 하는 발효법이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 발효법으로 제조된다.
MSG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1968년 미국의 의사 로버트 호만 콕이 중국 음식을 먹은 후 느낀 가슴 압박감, 메스꺼움, 두통 등의 증상, 즉 중국음식점 증후군(CRS: Chinese Restaurant Syndrome)에서 비롯됐다. 그후 수십 년간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연구에서 뚜렷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과 유럽은 물론 유엔식량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도 MSG를 설탕이나 소금처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한 식품군으로 분류한다.

몸에 해롭지 않지만 증명할 수는 없어
몸에 나쁘다는 사실보다 몸에 전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더 어려운 MSG는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안전처가 1일 섭취 허용량을 별도로 정하지 않는 품목이다. 일반 소금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전체 나트륨 섭취를 20-40%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MSG의 종류에는 가쓰오부시 감칠맛의 본체인 5-이노신산과 표고버섯 감칠맛의 본체인 5-구아닐산 나트륨이 있다. 구아닐산과 이노신산의 맛은 비슷하지만 구아닐산이 이노신산 보다 2-3배 강하다.
이러한 것들을 식료품에 첨가하면 감칠맛뿐만 아니라 신맛과 쓴맛을 억제하여 맛을 완만하게 한다. 특히 L-글루탐산나트륨을 같이 사용하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감칠맛이 현저하게 강해진다.
글리신(Glycine)은 조개류, 게 또는 새우에 함유된 독특한 감칠 성분이다. MSG와 함께 사용하여도 감칠맛의 상승작용은 인정되지 않으나 조화로운 감칠맛을 낸다. 베타인(Betaine)은 오징어 새우, 문어, 등에 함유된 감칠 성분이다.

다양한 이름으로 다양한 식품에 쓰여
미각은 원미 이외 입안에서의 온도에 대한 감각과 촉각, 매운맛 등의 통각과 같이 물리적 감각이 더해져서 형성된다. 감칠맛은 원미와는 다른 맛이다. 감칠맛에 익숙지 않는 서양에서는 적당한 명칭이 없기 때문에 일본어를 따라서 ‘감칠맛 물질(umami substance)’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MSG 대신 ‘가수분해 콩 단백질(hydrolyzed soy protein)’이나 ‘자기분해 이스트(autolyzed yeast)’라는 다른 이름으로 다양한 식품에 쓰이기도 한다. 빵에 발라 먹는 효소 추출물로 영국인이 사랑하는 마마이트(Marmite) 잼, 태국 요리에 들어가는 골든 마운틴(Golden Mountain) 소스, 남미의 고야사존(Goya Sazon), 코스타리카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엌에 보물단지처럼 모시고 있는 살사리자노(Salsa Lizano) 소스, 느끼함이 적고 새콤함 맛이 있는 일본의 큐피 마요네즈(Kewpie mayonnaise)에도 MSG 성분이 들어 있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