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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공간 ‘와촌도자공방’

건축가 김오수의 아름다운 집을 찾아서

  • 입력 2014.04.01 00:00
  • 수정 2015.08.20 10:50
  • 기자명 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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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말라버린 잡초가 무성하다. 그 속에 직선 한 줄 긋고 직사각형 한 단면 그린다. 십여 년 전 기본선만으로 최인철 교수(경일대학교 디자인학부)의 작업공간이 팔공산 갓바위 근처에 둥지를 틀었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작가(건축주)의 예술관에 맞추어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선과 면으로 집을 지었다

 

아날로그로의 회귀, 천천히 그리고 단순하게
십여 년전 이 곳에 터를 닦았다. 예상치 않은 난관은 주변에 샘이 있고 지반이 약한 마사토 지대라서 슬라이딩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였다. 땅을 고정시키기 위해 파일을 박아 기초를 튼튼히 했다. 장마시 땅이 움직이면 집도 움직이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건축주와 나는 고등학교 동기였다. 평소 교류가 있었기에 그가 어떤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지, 하물며 술버릇까지 알고 있던 지인이라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며 공동의 목표물을 포착했다. 외형은 단순하게 내용은 풍부하게.
주변의 환경을 최대한 집안으로 끌어들여 자연친화적으로 살 수 있는 공간, 작가가 예술적 영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공간, 때론 영혼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위해 고민하고 대화했다. 봄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와 아까시나무 꽃 냄새가 진동하고, 여름에는 녹음진한 풀냄새와 밤하늘이 머리 위에 있고, 가을이면 만추에 몸서리치고 겨울이면 그 삭막함이 오히려 희망을 잉태하는 곳, 아날로그로의 회귀, 미니멀리즘을 건축에 조화시키는 작업을 했다. 샘은 그대로 살려 창을 통해 큰 거울을 보듯 조경으로 활용했다. 콘크리트와 유리라는 상반된 재료를 사용해 하부는 콘크리트와 전시공간, 작업공간으로 설정해서 폭과 길이를 넓은 면으로 잡았고, 상부는 주거공간과 게스트 룸으로 아기자기하게 유리로 밝고 심플하게 선으로 처리했다. 나의 끊임없는 갈증인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가장 극대치로 단순화시켰다.
일을 하면서 건축주와 끊임없이 대화했고 사람이 답이라는 나의 지론에 부합되어 작업은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기만 했다.

 

도자기 빚는 남편, 바느질하는 부인
이제 세월의 때를 묻혔던가? 바랜 듯 나이테를 느끼게 한다. 집안 구석구석은 집주인을 닮아 깨끗하고 단아하다. 안주인의 손길이 한땀한땀 바느질되어 집안 곳곳 면포와 커튼으로 장식되어 정갈함을 더한다. 차방은 한국의 대표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안주인의 바느질 솜씨에 문득 심사임당의 조충도로 생각을 이끈다.
이 곳은 대구의 유명 순례지이다. 대구시 건축문화상, 우당 김인호건축상을 수상했으며, 대구건축비엔날레와 대학건축학과의 견학코스이다. 대를 이어 최인철-최유담(동경예술대 박사과정) 교수가 도자기를 빚어내는 곳이다.
국제 라꾸심포지엄, 한일도예대학 한일작가전을 유치하며 건축물로서도 극찬을 받았다. 이 곳을 찾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 공간속에서 오늘도 내가 집을 짓는 이유를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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