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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젓가락 삼국지

  • 입력 2014.05.27 00:00
  • 수정 2015.07.24 11:35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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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 문화에서 식기와 도구의 사용은 민족의 자연적, 사회적, 경제적 조건과 민족적 특성이 내재해 있어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것은 각 민족의 고유문화 속에서 계승되고 필요에 따라 전승되면서 혼합된 역사적 산물이다. 식생활 문화에서 식기와 도구의 사용 특성을 통해서도 그 민족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중국·일본은 공통점이 많다. 모두 한자를 쓰고 유교와 불교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신이나 문화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조건도 비슷하다. 그러나 한·중·일은 같은 젓가락 문화권이지만 젓가락의 생김새, 길이, 재질 그리고 용도도 다르다. 특히 젓가락을 숟가락과 동시에 사용하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우리 민족은 탕반음식이 많다. 자연스럽게 밥과 국은 숟가락으로 먹고 젓가락은 반찬을 먹는 보조 도구이다.
일본 식당에서는 숟가락 안 나와
반면에 중국과 일본은 숟가락이 있지만 중국은 젓가락으로 밥을 먹고 숟가락은 깊이가 있어 기름지고 걸쭉한 음식을 식혀 입술에 대고 마시는 역할을 한다. 일본은 미소시루조차 젓가락으로 국건더기를 입으로 넣고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국그릇을 들고 음료수 마시듯 마신다. 식당에서조차 별도로 요청하지 않는 한 숟가락은 나오지 않는다.
젓가락을 사용할 때 30여 개의 관절과 64여 개의 근육 그리고 250여 개의 신경조직이 동시에 움직인다고 한다. 젓가락은 손이 연장된 신체 기관이다. 식사 때는 눈과 손이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과학적 응용행동 발달 분석에 의하면, 젓가락을 많이 쓰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두뇌발달이 훨씬 더 우수하다고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 혁명’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한다고 까지 했다.
젓가락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 중 15억여 명이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 커트러리(cutlery-유럽, 미국, 러시아) 문화권이 30%,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권(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이 30%이고, 손으로 먹는 문화권(동남아시아 일부. 중동, 아프리카)이 40%이다.
서양에서 포크와 나이프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사용했다. 17세기 후반까지는 영국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젊은 국왕 루이 14세(1638-1715)가 지은 베르사유 궁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은 전국시대 말기(BC 403-221)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부터 사용했다.
백제시대 때부터 널리 쓰인 젓가락
우리나라는 백제 무령왕릉(501-523년)에서 청동으로 만든 젓가락이 발견된 것으로 보면 1500년 전 젓가락이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8세기 무렵 나라시대부터 사용되었다.
중국 사람들은 원형탁자에서 식사 하다 보니 음식과 먹는 사람의 거리가 멀다. 그래서 멀리 있는 음식을 집기 위해 당연히 젓가락이 25cm 정도로 길다. 그리고 튀기거나 기름에 구운 것이 많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보다 끝이 뭉툭하고 표면적이 넓은 편이다. 나무로 된 재질이 대부분이다.
일본 젓가락은 우리처럼 반찬을 집어 와서 입으로 직접 가져가는 것이 아니고 밥그릇을 반찬 있는 곳으로 가져가서 반찬을 그릇에 담고 밥을 들고 떠먹는 습관 때문에 한국과 중국에 비해 길이가 20cm 정도로 짧다. 끝부분은 뾰쪽하다. 생선의 가시를 발라내야 하고 껍데기가 있는 해산물이나 우동과 같은 면류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우리 젓가락은 중국보다 짧고 일본보다 길어
한국은 25cm 정도로 중국보다 짧고 일본보다는 길다. 끝은 납작한 편이다. 젓가락으로 콩자반도 먹고, 절묘한 힘의 배합이 필요한 무르디 무른 묵도 먹는다. 힘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쇠로 만든다. 은수저처럼 귀금속이나 유기, 놋쇠로 만든 방짜도 있다. 요즘에는 스테인리스나 가벼운 알루미늄을 많이 쓴다. 김치와 같은 음식을 먹을 땐 젓가락으로 잘라서 먹기도 한다. 여러 장 겹친 깻잎절임을 한 장씩 떼어 먹기도 한다. 우리의 젓가락 사용은 용도가 다양하고 섬세하다.
문명과 비문명의 차이는 일상적인 습관이다. 젓가락 문화는 서양에서도 고급문화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부터 호주를 비롯한 미국, 영국 등에서 상류층을 중심으로 식사예절에 젓가락질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의 젓가락 미학은 외국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문화적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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