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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대한 어머님에, 어찌 이런 불효자가…

[발행인칼럼]

  • 입력 2014.10.27 00:00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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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4일 낮. 휴대폰을 받자 다급히 울부짖는 형님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시골에 계시는 노모가 갑자기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공황상태가 엄습했습니다. 어찌할 줄을 모르고 전전긍긍하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살아 주십사’ 애절하게 애원했습니다. 신께서 그것마저 허락해 주지 못 하겠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 최소한 며칠만이라도 살게 해 달라고 애타게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머니는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모든 어머님은 위대하고 소중한 존재이지만 우리 어머님은 정말 ‘이런 어머님이 있을까’ 할 정도로 저에게는 위대하셨습니다. 명문가 집안에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태어나자마자 갑자기 집안이 몰락, 갖은 고생과 고초를 겪지만 결코 굴하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결혼 후에도 이 같은 고단한 삶, 아니 지금은 상상도 못할 어려운 환경이 계속됐지만 자식들을 위해서 어떤 힘듦도 마다않는 희생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으셨습니다. 어머니의 이 같은 희생과 헌신으로 저는 당시 산골마을에서는 엄두 못 낼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연세가 드신 후 당신은 자식들의 평탄한 앞날과 건강, 그리고 가정의 화평을 위해 하루 3시간씩 새벽기도를 하시는 노고를 하루도 거르지 않으셨습니다.

 생각건대 이런 당신께선 자식들이 병원에서 애타게 고생하는 것을 하루도 용납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당신은 평소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별빡(벽)에 똥칠 안 해야 하고, 자식들 고생 안 시켜야 하고 잠자듯 편하게 가고 싶다”라고요.

 어머님의 너무나 편안한, 돌아가신 얼굴 모습을 보면서, 또 장례기간 3일 동안 너무나 좋은 날씨가 이어졌고 다음날에는 적은 비까지 내리는 것을 보면서, 저는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날까지 자식들을 위하고 희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례가 끝난 다음날 아침 명상기도를 하면서 이 같은 생각에 저도 모르게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순간 울컥, 꺼-억 꺼-억 울다가 불현듯 ‘당신의 뜻이 이러하지 않으시다’는 생각에 울음을 멈췄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저보고 효자라고 합니다. 전 불효자입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해드린 게 없습니다. 최근 어머니가 부쩍 외롭게 느끼시는 것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천날 만날, 평생을 사시는 줄만 알고 다음으로 미루기만 했습니다. 특히 당신이 손수 기르신 제 딸을 누구보다도 무척 보고 싶어 하는 줄 알면서도 지난해에는 고3이라고, 올해는 대학생이 돼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어머니의 원을 영원히 들어드리지 못한 불효자가 됐습니다. 일부 문상객들은 90세까지 사신 것은 어쩌면 호상이라고 위로를 했지만 저에게는 원통하기 그지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때로 착각합니다. 어머니는 원래 그렇다고. 아닙니다. 우리가 어머니에게 얻은 모든 좋은 것들은 원래 그래서, 자연이 심어준 모성애가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모성애 위에 한 인간으로서의 놀라운 의지와 아량을 통해서 훌륭한 모습을 갖추어 가는 것입니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주어진 모성을 훨씬 뛰어넘는 위대한 삶을 사셨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ㆍ25, 산업화시기를 거치며 가난과 싸우면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상처입고 지친 자식들을 보듬고 이끌었습니다. 이런 어머니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영화와 정신적 성취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저의 전철을 절대 밟지 말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장, 수시로 실천하십시오. 절대 미루지 마십시오. 뒤늦은 통곡과 후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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