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고속버스 운전사 졸도… 승객이 참사 막았다

  • 입력 2012.01.17 00:00
  • 기자명 전준호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밤 시속 100㎞로 달리던 고속버스에서 운전기사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나 승객들의 민첩한 대처로 위기를 넘긴 사실이 알려겼다.

지난 15일 0시30분쯤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강원 원주시 신림면)를 3㎞ 정도 앞두고 경북 안동 방향으로 달리던 모 회사 소속 고속버스. 승객 7명이 타고 있었다. 전날 밤 11시 동서울종합터미널을 출발한 이 버스 운전기사 김모(53)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운전대를 놓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운전석 건너편 첫 자리에 앉아있던 승객 천모(21ㆍ대학생)씨는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운전대를 잡았다.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세요"라고 외치는 천씨의 목소리에 버스 안은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천씨 뒤쪽에 앉아있던 박모(41ㆍ사업)씨는 운전기사 김씨를 운전석에서 빼내 뒷자리에 앉힌 후 운전대를 잡았다. 4.5톤 트럭을 몰아본 경험이 있었지만 버스 운전은 난생 처음이었다. 백미러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아 차선 변경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는 3분 후 무사히 치악휴게소에 도착했다. 악몽같은 시간이 지나고, 승객들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박씨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버스를 운전했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10년여 동안 일주일에 평균 두 번 고속버스로 서울을 오가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승객들은 1시간 정도 치악휴게소에서 기다리다 연락을 받고 온 버스회사의 예비차량으로 안동에 도착했다. 하지만 버스회사 측은 운전기사 김씨가 휴식을 취한 후 의식을 되찾았다며 당초 운전했던 고속버스를 안동까지 몰고 오도록 해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30년 무사고 운전 경력의 김씨가 의식을 잃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병원 진단서를 제출토록 했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