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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명검의 부활… 사진검 용틀임

  • 입력 2012.03.26 00:00
  • 기자명 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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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기운이 가득한 조선왕실의 명검'사진검(四辰劍)' 60자루가 내달 13일 담금질된다. '사진'은 용의 해와 용의 달, 용의 날, 용의 시각이 한 시점에 맞아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만들어진 칼은 사악한 기운을 쫓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폐교에 위치한 고려왕검연구소의 이상선(56ㆍ사진) 명인은 26일 "사진이 만나는 이날 오전 7∼9시에 2년 정도 단조와 연마작업을 해온 '사진검' 60자루를 담금질한다"고 밝혔다.

이 명인은 사진검 제작을 위해 칼 한 자루에 수만 번씩 불 속에서 두드리기를 반복, 칼날을 완성시켰다. 그는 이날 오전 6시 검 제작을 알리는 고사를 지내고, 담금질을 위해 폐교 마당에 쌓아둔 장작에 불을 지핀다. 진시가 되면 고온으로 달군 칼을 물에 담궈 열처리하는 담금질에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이날 '사진검' 제작에는 딸 혜은(31)씨와 아들 승대(30)씨 등 자녀들도 같이 참가한다. 5년 정도 은장도 형태의 작은 칼을 주로 만들어온 혜은씨는 이날'사진검'제작에 나서 가업을 잇게 된다.

담금질이 끝난 후에는 칼에 별자리와 문양 등을 새기고, 칼 크기에 맞게 나무와 가오리가죽 등으로 칼집을 만들며, 조각과 상감 기법을 활용해 손잡이도 만든다. 이 같은 작업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린다. 담금질 과정에서 생기는 불량 검은 모두 폐기된다.

이 명인은 용의 해인 2000년에도 '사진검' 제작을 시도, 다섯 자루 중 세 자루만 완성한 후 한 자루를 소장하고 있다.

이 명인은 "일제시대 칼 제작이 금지돼 끊어질 위기에 놓인 전통 검의 명맥을 후대에 잇기 위해 조선왕실의 명검을 만들고 있다"며 "용을 상징하는 '사진검'이 올 한해 모든 나쁜 기운을 몰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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