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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 야만에서 숲의 문명으로

생태 독서모임 ‘시루떡’이 들려주는 생태 인문 이야기

  • 입력 2014.09.03 00:00
  • 수정 2015.07.20 12:17
  • 기자명 이미향 예담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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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마이즈미 미네코, 안네테 마이자, 은미경 옮김, <숲에서 크는 아이들>, 파란자전거, 2007.

“숲 유치원. 그게 뭐야?”
아직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봤다”는 이들도 “애들이 숲에 가서 할 일이 뭐가 있어?”하고 묻는다. 교실에 앉아서 블록을 맞추고 한글이나 숫자 세법 법 등을 배우는 게 더 ‘교육’답지 않느냐는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처음 숲에 가자고 했을 때 교사들이 한결같이 물었다.
“거기 가서 할 게 뭐가 있나요? 위험하기만 할 텐데.”
어느 시인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스승’이라고 했는데, 숲이 꼭 그런 공간이다. 숲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배운다. 교실에선, 기존의 교육 방법에선 상상도 못할 진짜 공부가 이루어진다.
‘숲 유치원’ 교육 효과에 대한 연구는 유치원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깊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숲 유치원은 1950년 덴마크에서 시작해 1968년 독일에 도입됐다. 나름의 논란이 있었던 만큼 ‘교육 효과’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무엇보다 건강해진다. 아토피가 줄어들고 몸이 튼튼해진다. 산에는 온갖 놀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걷고, 뛰고, 나무를 타는 등 다양한 놀이에 저절로 건강해진다. 더불어 창조력과 상상력, 관찰 능력이 자유롭게 꽃핀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학습 의욕이나 능력, 자주성, 사회성이 여느 아이들과 비교해 평균 이상이라고 한다. 또한 능동적인 활동 덕분에 자기 주도적인 사고력과 집중력도 높다.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교사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교사들은 숲에서 ‘교사’라는 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교사들에게 세 가지 외에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말라고 한다. 세 가지 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가서는 안 된다.
둘째, 다른 아이들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선생님한테 묻지 않고 열매나 나뭇잎을 입에 넣으면 안 된다.

이런 ‘숲 수업’을 하고 나면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고백을 한다.
“아이들 스스로 숲을 즐기는 법, 숲에서 노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교사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배웠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 군부대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졌다. “저토록 야만적일 수 있을까” 싶은 일이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전문가들은 왕따 세대가 성장하면서 교실의 왕따 문화가 군부대로 옮겨간 것이라고 진단하는데, 일리가 있다고 본다. 아이들이 지금처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유일 과제로 알고, 패배자를 낙오자 취급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이기적인 교육을 지속한다면 앞으로도 그런 사건은 얼마든지 다시 터질 수 있다.
숲으로, 가장 인간적인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 탁 트인 공간에서 마음껏 뛰놀고 소리 지르며 자란 아이들은 균형 잡힌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얻는다. 숲 유치원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덜 공격적이고, 다툼이 일어났을 때도 폭력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는다. -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도 있지만, 우리 원의 아이들을 봐도 확실히 그런 면이 있다.
아이들이 숲에서 푸른 나무처럼 자라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도시적 야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시루떡’은 대구경북 지역에 있는 영유아 교육기관의 장(長)들과 직원들, 관련 단체의 CEO들이 격주로 모여서 생태와 인문 관련 사적을 읽고 토론하는 대구숲유치원협회 산하 정기 독서ㆍ연구 모임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문의> 010-2686-7517

이미향 (예담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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