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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쓰라린 기억, 희망의 기억

  • 입력 2015.06.22 00:00
  • 수정 2015.07.17 12:03
  • 기자명 유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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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 들도록 가장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음악입니다. 치매 환자에게 젊은 시절 유행했던 멜로디를 들려주면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때로 어깨를 들썩거리며 춤을 춘다고 합니다. 음악을 기억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음악이 가장 즐거운 추억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즐겁고 아름다운 것들만 기억에 남기고 싶어 합니다. 괴롭고 힘든 기억은 까맣게 잊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6월은 잊고 싶은 것들을 기억하는 달입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참으로 많은 분들이 피와 눈물을 쏟으며 동시대와 후손을 위해 희생했습니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전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일신의 안녕을 버리고 자신을 희생한 이들의 정신을 기리고 본받아야 합니다.
 

 특히 6.25가 일어나던 시기를 살았던 분들의 처절한 삶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36년이나 잃었던 국권을 되찾은 기쁨도 잠시, 다시 동란의 참화에 시달린 고통은 이루 말하기 힘들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했고 어떤 이들은 살아남아 “후손들에게 가난한 나라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피땀 흘려 일했습니다. 세계 최빈국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겠습니까. 요컨대, 지금의 대한민국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나라가 아니라 이름 없는 민초들의 피땀과 정성으로 이룩한 기적입니다.
지금도 나라가 어렵습니다. 반세기 전의 사정과는 다르지만, 경기가 바닥을 치고, 양극화가 심화하고, 젊은이들의 취업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힘듭니다. 특히 ‘3포 세대’들에게 한강의 기적과 조상의 업적만을 강조하기엔 민망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이전 세대 역시 힘이 들었고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개척해왔다는 점입니다. “이전 세대들은 지금보다 더 어려웠으니 불평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난관의 내용은 다르지만 서로 마음을 터놓으면 얼마든지 ‘솟아날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이 머리 맞대고 경험에서 오는 경륜과 젊은 아이디어가 만다면 ‘길’은 열리기 마련입니다.
 

 6·25 때 기성세대로 불리던 이들은 젊은이들에게 무척이나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세대에 나라를 빼앗겼고 되찾은 조국은 다시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그 쓰라린 현실을 물려준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했겠습니까. 그 시절의 ‘젊은 세대’는 그 모든 난관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냈습니다. 그 다음 세대 역시 최빈국의 경제상황을, 그리고 억압적인 정치를 차례로 극복해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렀습니다. 그들 모두 ‘기성 세대’와 싸우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지금의 세대에게 ‘기성 세대’는 언뜻 증오의 대상으로 비치는 듯합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모든 ‘젊은 세대’들이 느꼈던 것처럼 타파해야 할 악습과 비리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과 손잡아준 어른들이 없었다면 그들의 개혁과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기성 세대’의 고통과 의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과거’의 문제는 더 이상 없지만, 풀리지 않는 숙제는 늘 존재했습니다. 우리 역시 그 숙제를 안고 분투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더 애쓰고 희생했던 ‘기성 세대’의 고귀한 삶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세대에게 힘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6월은 기억의 달입니다. 가장 쓰라린 기억을 되살려, 오늘을 감사하고 우리 앞에 놓인 난관을 극복할 의지를 새롭게 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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