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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이에게

해암 이우열의 주얼리스토리

  • 입력 2014.11.26 00:00
  • 수정 2015.07.17 09:47
  • 기자명 이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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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무렵 서울 삼양동 비좁은 셋방에서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씩씩거리고 올라가는 비좁은 골목 사이 몇 번을 돌아서야 겨우 집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좁은 문을 할아버지의 상여가 내려가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할아버지는 세상 뜨시기 전 하루에 소주 3병 이상을 드셨다. 전쟁 통에 나의 아버지만 남기고 모두를 잃으셨으니 어찌 맨 정신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었겠는가?

절망의 짐을 온 몸으로 지고 가신 할아버지는 꿈이란 것을 품기나 하셨을까? 어린 시절 무작정 따라나선 흙먼지 풀풀 날리던 시골길에서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우열아, 옛날엔 여기가 모두 우리 땅이었단다’ 하시며 한 숨 내쉬시던 모습과 함께…. 서울의 셋방살이는 소년을 주눅 들게 했다. 왠지 어깨가 처지고 자신감을 잃고 초라한 모습으로 언덕길을 오르게 만들었다. 그나마 저녁 무렵 어스름이 질 때면 동네어귀에 모여 옛 이야기하며 놀던 시간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군에서 첫 휴가를 나오던 날, 비로소 우리 집이라고 부모님이 반가이 맞아주던 또 다른산동네 대문 나지막한 집에 들어섰을 때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을 알았다. 아, 이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거구나!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꿈을 꾸며 시작된다. 꿈은 생각의 확장이다. 인간의 소망은 무엇인가? 무병장수와 부귀영화 이런 말들은 참 많이도 접해왔다. 우리 조상들은 그런 마음을 사물을 통해 나타냈다. 거북과 학은 바로 소박한 마음이 만들어낸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저 자연에 사는 동물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가 꿈꾸는 생각들을 거북과 학에게 연결 지어 복되고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가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거북은 세상을 이겨내는 정신을 의미한다. 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 학 또한 자유롭게 꿈꾸며 살아가는 장수의 복을 대신한다. 거북이 바라보는 하늘엔 하얀 진주가 고통을 감내하고 이뤄낸 상징으로 빛나고 있다. 작은 메달 하나지만 그 속엔 수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 어릴 때 꿈꾸던 나의 모습은 어느새 오십 고개를 훌쩍 넘어선 이마 넓은 아저씨로 변신해 있지만 마음속엔 그 시절 풋풋한 설렘 여전하다. 아직 나는 꿈꾸고 있으니까.

 



<대구과학대학교 보석감정마케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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