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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학자의 눈으로 본 ‘새만금간척사업’

이태관의 재미있는 물 이야기

  • 입력 2014.11.25 00:00
  • 수정 2015.07.17 09:48
  • 기자명 이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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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사고 중 환경 문제와 관련한 사건으로는 새만금간척사업
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정부는 1991년 11월 새만금방조제 기공식을 가진 이후 19년 동안 바
다를 메우는 작업을 펼쳤고, 2010년 4월 마침내 방조제 준공식을 갖기에 이르렀다. 2010년 준공
된 방조제는 새만금간척사업의 1단계에 해당하는 외곽시설 공사의 마침표였고, 본격적인 내부 개발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 22조 원을 더 투입하여 2020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살아있는 먹이사슬 훼손 ‘심각’
새만금은 전라북도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에 걸쳐 서해안 바다를 가로지르는 33.9km의 방조
제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등재돼 있다. 새만금간척사업의 초기 목적은 방조
제를 축조하여 서울 면적의 3분의 2나 되는 401㎢(용지 283㎢, 담수호 118㎢)의 간척지를 획득
하고 식량 자급을 위한 농업용지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서해안 일대에 거대한 국토가 생기는 새만금간척사업은 한반도의 지도가 바뀔 정도의 대규모 사업이었으며 한국농어촌공사의 기술력만으로 이룩해낸 자주적인 업적으로서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만금간척사업을 우리 기술이 이뤄낸 쾌거라며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간척사업으로 인해 잃은 것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다수의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역시 환경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전체 갯벌의 10%를 차지하던 새만금 갯벌은 무려 370여 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370여종 생물·철새·어민 생계 파괴
하지만 이러한 갯벌의 모습은 이제 온데 간데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민물과 짠물이 만나 다양
한 어류가 풍부했던 서해안 인근의 연안생태계마저 파괴해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
렇게 파괴된 생태계는 환경오염을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주변 어민들의 생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던 새만금 지역은 갯벌이 사라지면서 철새들의 발길
도 끊기게 될 위기에 놓였다. 이처럼 해양생태계의 중요한 장(場)이었던 갯벌이 인간의 무분별
한 개발 때문에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추진된 새만금간척사업은 국민의 혈세로 진행 중이다. 애초에 농업용지로 이용하려던 계획은 농지, 환경농지, 기반시설 등
으로 용도가 다각화됐다. 또한 새만금호의 수질이 농업용수 환경기준인 4급수에 미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방조제로 인해 해류의 유속이 저하되면 유독성 적조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고, 상류 지역의 개발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수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을 수도
새만금간척사업은 국토 면적 증가와 상습 침수 피해 지역 해소, 육로 운송 개선 및 관광자원 개
발 등 인간생활에 여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학적 관
점에서 새만금간척사업을 평가해본다면, 인간의 복리를 증진코자 가꾸고 보전해야 할 우리의 자
연환경을 일방적으로 훼손하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계명대학교 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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