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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의 미식예찬 코셔(KOSHER)

  • 입력 2015.03.25 00:00
  • 수정 2015.07.14 11:24
  • 기자명 박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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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다. 그래서 HACCP, GMP, HALAL, KOSHER 등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식품안전 인증마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ORSHER(유대교식품 적법인증제도. 이하 ‘코셔’로 표기함)는 유대교의 전통 율법에 따라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까지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거친 음식을 뜻한다. 유대교 율법의 음식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제도다. 코셔는 히브리어로 ‘합당한’ ‘적당한’을 뜻하는 카슈르트(Kashrut)의 영어식 단어다.


지키기 복잡하고 까다로운 음식 계율 ‘코셔’
정통 유대인들은 먹을 것과 먹지 않을 것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것을 코셔라고 한다. 지키기 복잡하고 까다로운 음식 계율을 지키는 음식물을 코셔식품이라고 한다.
이른바 ‘코셔(kosher) 인증서’는 별도로 유대교 랍비(율법학자)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스라엘 랍비청(Council of the Chief Rabbinate of Israel)에 식품의 성분 및 생산 설비에 관한 서류 및 신청서를 제출하면 확인 절차를 통해 인증서가 발급된다.
코셔는 음식의 형태가 아니라 재료를 선택하고 다루는 방법이다. 한국 음식이라 해도 유대인 율법에 따라 재료가 선택되고 요리된다면 코셔다. 인증 품목은 식료품으로 육류, 유제품, 파르브(parve)가 있고, non-Kosher식품인 특정한 가축, 조류, 생선(상어, 철갑상어, 메기류, 황새치, 파충류, 갑각류, 해저 포유류) 및 대부분의 곤충류가 있다.
파르브는 고기와 유제품을 포함하지 않는 식품, 즉 모든 과일과 곡류, 자연 상태의 식물을 말한다. 파르브도 유제품과 함께 요리되면 유제품이 되고, 육류와 함께 요리되면 육류가 된다.
non-Kosher(코셔가 아닌) 음식은 ’트레이프(trey. ‘찢긴’이란 뜻으로 다른 동물들에 의해 찢긴 동물들을 먹지 말라는 계명에서 유래)’라고 한다.
유대인들이 즐겨먹는 팔라펠(Falafel. 저민 이집트콩과 양념을 둥글게 빚어 튀긴 음식), 크니쉬(knishes. 감자나 쇠고기를 밀가루 반죽으로 싸서 튀기거나 구운 것), 바겔(bagels. 도넛형의 딱딱한 빵), 블린쩨(blintzes. 치즈나 과일을 넣은 핫케이크), 마짜 볼 수프(matzah ball soup. 밀가루를 반죽한 후 발효되기 이전에 만든 빵인 무교병 수프), 후무스(Hummus. 병아리콩과 마늘, 레몬즙, 소금, 올리브유 등으로 만든 간단한 매쉬나 퓌레), 슈와르마(Shawarma. 도톰한 빵에 고기, 감자튀김, 샐러드를 넣고 돌돌 말아 먹는 것)와 같은 전통적인 아시케나지(Ashkenazic) 유대인 식품이라도 유대인 법을 따르지 않으면 코셔가 아니다.


유제품이나 피 조금이라도 섞이면 안돼
예를 들면 벌레가 없는 채소나 과일 등의 식물성은 전부 코셔지만 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가축을 도축할 때 유대교 율법학자인 랍비의 입회 하에 병들지 않는 동물을 고통 없이 한 번에 죽인 뒤 소금으로 사체를 문질러 피를 모두 제거한 고기만 먹을 수 있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요리할 때 고기에 피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30분 정도 미지근한 물에 고기를 담근 후 삼투압에 의해 고기의 피를 빼기 위해 코셔 소금을 뿌려서 경사진 곳이나 구멍이 뚫린 판에 놓고 남은 피를 제거한 후 요리한다.
돼지처럼 되새김을 하지 않거나 낙타와 토끼처럼 되새김질은 하지만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동물을 먹어서는 안 되고, 해산물 중에서도 비늘이나 지느러미가 있는 어류만 먹을 수 있다. 참치, 잉어, 청어, 연어, 도미, 조기 등은 먹을 수 있지만 상어, 고래, 미꾸라지 같이 비늘과 지느러미 둘 다 없는 것은 먹지 않는다. 오징어, 문어, 낙지 등과 뱀장어, 굴, 새우, 가재, 게, 조개류, 달팽이 등도 먹지 않는다.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햄버거에는 치즈 버거가 없다. 커피도 아메리카노는 마시지만 카페라테는 마시지 않는다. 소고기와 우유를 함께 먹지도 않는다.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에서다.
고기를 먹고 나서 최소한 3-6시간 지나서야 우유를 마신다. 뱃속에서 같이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고기에 접촉된 그릇들은 유제품에 사용될 수 없다. 또 반대로 유제품에 접촉된 그릇들은 고기를 담을 수 없다. 코셔가 아닌 음식에 접촉된 그릇들은 코셔 음식에 사용될 수 없다.
유대인의 코셔는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먹는 일에서부터 율법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매일매일 자신들의 성전인 토라에 나와 있는 대로 행하면서 거룩함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독특한 음식문화가 다른 민족과 쉽게 동화되는 것을 막고,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을 서로 연결해 단합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해준다는 믿음이라고 한다.
모든 유대인이 코셔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통상 70%의 유대인들이 코셔에 관심을 갖고 있고, 30% 가량만이 나름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유럽인들 코셔 식품에 관심 집중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민족마다의 음식 선호와 기피는 음식 그 자체의 본질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 유형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 민족이 선호하는 음식은 기피하는 음식보다 비용 대비 이득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음식이고, 육식 요리법은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고 토지 여건상 곡물 재배가 적당치 않거나 필요치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채식 요리법은 인구 밀도가 높고 인간의 단백질・열량 섭취량을 줄이지 않고는 짐승을 기를 수 없는 환경 및 식량생산 기술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음식은 영양가와 상관이 없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그것이 구하기 쉽다거나 우리에게 좋다거나 혹은 그것이 실용적이거나 맛이 좋기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품 안전이 항상 불안한 현대사회에서 코셔는 유대인 사회 밖에서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코셔 음식이 미국과 유럽에서 유대교 율법에 따른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란 이미지를 얻게 됐고, 그로 인해 코셔 식품의 시장점유율이 매년 12% 이상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규모로는 2014년 기준 2500억(약278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유대인 인구가 많은 미국 슈퍼마켓의 식품 60% 이상이 코셔 인증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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