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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첫 공판, 변명도 용서도 없었다

  • 입력 2012.02.01 00:00
  • 기자명 김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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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11시25분 대구지법 별관5호 법정. 24석의 방청석이 꽉 차고 법정 밖에도 방청객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연녹색 미결수복을 입은 서모(14) 군 등 2명이 고개를 숙인 채 입장했다.

지난해 말 자살한 대구의 중학생 권모(14)군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해 학생들이었다. 권군의 자살은 우리사회에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충격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날 법정은 소란 및 혼선 방지를 이유로 피해자 및 피의자 가족, 교육청 관계자 등 40명에게만 방청을 허용, 무거운 분위기에서 공판이 진행됐다.

오전 11시30분 법정에 들어선 대구지법 형사3단독 양지정 판사는 서군 등에게 직업과 주거지, 본적을 물었다. 서군 등은 낮은 목소리로 "학생"이라고 답했다.

곧이어 검찰이 공소사실을 열거했다. "피고는 2011년 10월부터 권군에게 상습적으로 단소와 주먹 등으로 물고문과 폭행 등을 행사해 타박상을 입히고, 과자와 라면, 교과서, 게임머니 등을 빼앗았다. 167회에 걸쳐 게임과 반성문과 숙제를 대신 시키는 등 범죄를 저질렀다…."

재판부가 검찰에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라고 하자, 검찰은 변사발생보고서와 사체검안서 등을 제시하고 96가지의 증거를 중간중간 생략하며 나열했다. 사체검안서에는 숨진 권군의 허벅지와 왼쪽 늑골 등에 자살 당시 상처와는 다른 출혈이 확인됐다는 사실이 적시됐다. 단소 등에 맞은 상처였다. 권군의 유서 중 서군 등이 라디오 전선으로 손을 감고 단소로 때렸으며 과자를 개처럼 핥아먹도록 했다는 내용도 제시됐다.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서군 등은 "예"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 학생은 30가량 진행된 재판 내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측은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재판부의 합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두 가해 학생의 변호인들은 각각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권군의 부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공판의 조기 종결을 희망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변호인들에 대해 "판결 전 서군 등의 성행과 환경, 의학적 자료, 소견서 등이 도착하면 최대한 빨리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중3, 중1 두 딸을 데리고 온 학부모 김모(40ㆍ여)씨는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에 어떻게 대처할지,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기 위해 같이 왔다"고 말했다. 서군 등에 대한 두번째 공판은 13일 열린다.

대구=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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