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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값’도 1만 명이 모이면 지역을 살립니다

  • 입력 2015.04.09 00:00
  • 수정 2015.12.03 15:18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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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상(대구한국일보 본부장)

불황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젊은이들의 취업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장사하시는 분들은 하루가 다르게더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로 말하면 혹독한 흉년이 든 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시기 나라에서는 구휼미를 풀고 장시(場市)를 활성화해서 어려운 사람끼리 물물교환을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도록 했습니다. 민간에서도 손 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큰 부자들은 물론 먹고 살기가 조금 나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곳간을 열어 가난한 이웃들을 구제했습니다. 요컨대, 우리 조상들은 어려움의 시기를 시장의 긍정적인 기능과 앞선 자들의 자발적인 자선을 통해 슬기롭게 헤쳐 나갔던 것입니다.

‘1만 명 기부 릴레이’ 작지만 큰 사랑 실천법

어려울 때 서로 손을 내밀고 정을 내는 것,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흥 문화이자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입니다. 서양의 ‘노블리스 오블리즈’ 정신도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는 면에서 우리네 흥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한국의 정 문화는 귀족이라는 특수 계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폭넓은 나눔 정신입니다. 한 마디로 한국의 ‘정 나누기’는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나눔입니다.

한국일보 대구취재본부는 침체된 지역 경기를 진작시키고 기부를 활성화하는 촉매제를 자처합니다. 바로 온 시도민이 정을 나누는 ‘1만 명 기부 릴레이’입니다. 대구본부에서는 진작부터 ‘미스코리아와 함께하는 내고장사랑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품과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소외계층에 기부했고, 숨은사랑운동인 로사운동을 펼쳐 기부문화 확장에 노력해왔습니다. ‘1만 명 기부 릴레이’는 그 연장선입니다.

기부 방법은 간단합니다. 시민 1만 명이 참여해 성금과 상품에 제한없이, 말 그대로 수건 한 장이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을 위해 내놓는 기부 축제입니다. 우리는 ‘기부’ 하면 크고 대단한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기부를 ‘정’으로 바꿔 부르면 아무리 작은 것 이라도 지극한 정성이 됩니다.

“커피 한잔 값 기부하겠습니다!”

100여 년 전 유럽에서 작지만 특별한 기부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삶에 지친 이웃을 위해 커피 한 잔 값을 대신 내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이 었습니다. 이 운동은 오랫동안 잊혔다가 2010년에 다시 부활했습니다.작은 정성을 모아 사회를 따뜻하게 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빛났기 때문입니다.

‘1만 명 릴레이 기부 운동’은 대구 발 ‘서스펜디드’ 운동입니다. 훗날 사람들은 이 운동을 100년이 넘도록 빛나는 풀뿌리 기부 문화 운동의 시작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모두들 어렵다고 하지만 뜨악해진 정을 뜨겁게 되살리고 서로를 돌아보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지금의 난관도 너끈하게 극복해낼 것입니다. 우리 지역은 국채보상운동과 금모으기운동 등의 시민운동을 제일 먼저 시작한 자랑스런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나서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어려운 이웃과 정을 나누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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