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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할 수 있습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 입력 2015.05.11 00:00
  • 수정 2015.07.09 15:5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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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정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 검사

어느덧 매화향이 가득한 봄이네요.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교정 뒤편에 모여 도란도란 수다를 나 누던 시절이 눈에 선한데, 제가 학교를 떠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는 것이 잘 실감나지 않습니다. 그 10년 동안 훌륭하신 선생님들과 우수한 후배들이 함께 영양여고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여고로 발전시켜 가는 것을 지켜보며 늘 응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2년에 영양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서 검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고향 근처로 돌아와 일을 하 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올해 2월부터 안동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영양여고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자주 찾아가보지 못해 미안하고, 또 항상 자랑스러운 우리 후배들에게 이렇게로나마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어떻게 양과 같은 오지에서 꿈을 이룰 수 있었느냐고 묻곤 합니다. 어쩌면 후배들도 저에게 가장 묻고 싶었을 그 질문에 오늘 두 가지로 답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스스로의 가능성에 한계를 정해두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이야 영양여고라고 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명문고가 되었지만, 제가 학교 를 다닐 때만해도 영양여고는 그저 시골 오지에 있는 학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꿈과 가능성에 한계를 지어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골에서 아무리 잘해봐야 대도시 우수한 학생들을 따라 갈 수 있겠는가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그 무엇도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 규정해 놓은 그와 같은 한계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점은 그 한계 에 스스로를 가두어 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가 그 시절 서울대에 가고 싶다거나 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면, 누구도 저를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를 비웃는 사람도 있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항상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되뇌곤 했던 귀가 있었습니다. “ 할 수 있다고 믿으므로 할 수 있다.” 후배들도 혹시 지금 자신의 성적으로 자 신의 목표를 정해두고 있지는 않은가요? 다른 사람들이 정해주는 한계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두어 놓지 말고 한계를 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항상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이달의 목표, 올해의 목표, 10년 뒤의 목표. 물론 목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것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고, 마지막으로 목표를 달성하거나 혹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때는 피드백을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거기에 만족하고 안주하기보다는, 달성한 목표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워 분발해야 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했 을 때는 좌절하고 자책하기보다는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목표 달성에만 집착하면 여러분이 세운 목표가 여러 분을 힘들게 하고, 여러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그 순간 순간들이 모여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달의 목표는 이루지 못 해도 10년 뒤의 목표는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선배의 잔소리가 너무 길었나요.^^ 혼자 가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누군가 와 함께 걷는 길은 아무리 멀고 험해도 행복하고 즐겁다고 합니다. 제가 걸어 온 길에는 저보다 앞서 간 선배가 없어서 다소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가 걷고 있는 길을 따라와 주는 후배가 있어서 든든하고 힘이 됩니다. 앞으로 후배들이 더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여 영양여고를 빛내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양여고의 슬로건을 모두 알고 있겠지요. ‘나의 무대 는 세계’, 그 무대에서 멋진 모습으로 곧 만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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