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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린 식구 40명, 천하무적 8남매랍니다

대가족 카톡방 ‘띵동띵동’

  • 입력 2015.05.15 00:00
  • 수정 2015.06.05 09:56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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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 지난번 며느리 볼 때 한복 어디서 했어?”“다음 주 결혼식 날 너그는 뭐 타고 갈 끼고? 기차타고 같이 가자.”조현석(47․경북 경산시 삼북동) 씨의 휴대폰은 십 분에도 몇 번씩 띵동, 띵동, 메시지 수신음을 울린다. 누나들과 만든 단체대화방에 수시로 새 메시지가 올라오는 까닭이다. 요즘은 더 자주 메시지가 올라온다. 얼마 후 있을 조카결혼식이 핫이슈다. 잠깐 딴짓 하다가 보면, 미확인을 알리는 빨간 숫자가 30~40을 훌쩍 넘긴다. 그도 그럴 것이 63세큰누나부터 44세인 막내까지, 카톡방을 들락거리는 사람이 8명이다.모두 분가해서 손자ㆍ손녀를 얻을 나이지만 마음의 거리는 한 지붕 아래 복닥거리며 살 때나 다름없다. 8남매의 가장은 첫째누나다. 부모님돌아가신 후 동생들의 정신적인 안식처다. 요즘도 막내동생 김장까지챙긴다. 대화방에 얼마 전 얻은 외손녀 사진을 수시로 올린다. 막내가 ‘손녀가 닳아서 없어질 수도 있을 거 같다’고 타박한다.대화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무궁한 대화 소재다. 형제가 8남매가 되다보니 직업도 다양하고 체험하는 세상의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시골 보건소장님, 평범한 주부, 커피가게 사장님, 국어 교사,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남편과 아내 직업까지 합치면 작은 마을을 만들어도 될 정도다.

가족 40명이 다 모여서 체육대회까지
 
온라인에서 대화가 끊이지 않는 만큼 오프라인으로도 수시로 만난다.8남매 단체여행은 명절보다 더 챙기는 행사고, 남편과 부인, 아들ㆍ딸까지 다 모여 40여명이 가족 체육대회도 연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통째로 빌려서 한 나절 넘게 릴레이 경주, 줄넘기, 피구 등 다양한 게임을즐긴다.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경품 수여식.8남매 모두 ‘한 재주’ 하다 보니 내놓는 상품의 수준이 군 단위 체육대회 이상이다. 첫째누나는 도자기 빚는 솜씨가 일품이다. 다들 하나씩큰언니 낙관이 찍혀있는 도예작품을 가지고 있다. 둘째누나는 사진과서각 솜씨가 대단하다.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며 유럽까지 사진여행을다녀올 만큼 열정적이다. 셋째․넷째누나는 바느질, 뜨개질 솜씨가 수준급이다. 생활소품에서 예술작품까지 아이템이 아주 다양하다. 다섯째누나의 수제인형, 누나가 운영하는 커피가게에 가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수백 개의 눈들과 마주치게 된다. 수제인형을 판매하기도하고 강습도 하고 있다. 일곱째인 조 씨는 미대를 진학을 꿈꾸었을 정도로 그림에 빠져 있다. 조카들의 결혼 선물로도 인기가 은근히 있다.막내는 디자인을 전공하여 다른 누나들보다 훨씬 프로 냄새가 난다.“언젠가는 8남매의 작품을 모아서 가족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어요. 체육대회 경품으로 아까운 작품이 너무 많거든요. 언젠가는 꼭 전시회를열 것 같아요. 우린 한다면 하는 8남매니까요!”

8남매, 한 지붕 아래 다시 모여 살고 싶어요
 
정기모임 외에 번개도 자주 갖는다. 얼마 전에는 넷째누나 황토 집에서 번개모임을 가졌다. 그날은 특별한 조건이 있었다. 드레스코드(?)를 짝짝이 양말로 맞추는 것이었다. 누군가 슬쩍 던진 말인데도 다들못 들은 척 해놓고는 구멍이 난 양말에 스타킹, 발가락마다 단추를 단수제양말까지 준비하고 나타났다. 황토방이 짝짝이 양말의 트위스트에 꽤나 시끄러웠다.“만날 때마다 웃음꽃이 펴요. 너무 행복하죠. 세상 다 없어져도 누나들만 있으면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8남매에게 소망이 하나 있다. 나중에 자식들 다 내보내고 나면 옛날처럼 다 같이 모여 사는 것이다. 당장 몇 년 뒤에 실현되기라도 할 것처럼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이 나온다. “같이 모여 살면 서로 투닥거리며싸울 것”이라는 둥, “나이 어린 막내가 밥은 책임지고 해야 된다”는 둥,“나는 누구랑 한방 쓸 것이라”는 둥, 조금은 유치한 이야기가 난무한다.“마음 같아선 내년부터 그렇게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럴 형편은 못되니 자주 자주 만나는 수밖에 없죠.”5월에도 번개모임을 할 계획이다. 푸르른 생명력에 눈이 부신 5월을 그냥 흘려보낼 순 없다. 더더군다나 언필칭 ‘가정의 달’이다. 남매끼리 수시로 모여서 즐겁게 사는 것이 ‘가족으로서의 의무’라고 믿는8남매다.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잊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 할 것 없이 어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진다.“남매가 다 모이면 어머니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죠. 우리 여덟 명을 형제란 인연으로 묶어주신 분이시니까요. 꽃다운 19살에 시집와서, 가난한 시집살이에도 8남매를 이렇듯 잘 키워주셨어요. 어떤 위인보다 훌륭한 분이죠.”다시 카톡 수신음이 울렸다. 단체대화방을 슬쩍 훔쳐봤다.“점심은 뭐 먹었냐, 주말에 꽃구경 가자.”뒤로 이어지는 대화가 끝이 없다. 전국에 꽃 좋은 산 이름은 다 읊을기세다. 조 씨는 “이렇게 우애 좋은 형제로 맺어주신 어머니께 늘 감사한다”면서 “8남매가 한 지붕 아래 다시 모여서 복닥하게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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