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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만 도시 도서관에 연 100만명 방문 ‘다케오시립’ 능가하는 도서관을 꿈꾸자”

‘수성구 중장기 도서관 발전’ 일곱 차례 연구 모임 “도서관이 지역 문화·경제 살려낸 설레는 사례”

  • 입력 2022.01.05 00:00
  • 수정 2022.02.23 10:16
  • 기자명 김윤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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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행복한 수성구를 위한 연구모임’은 지난해 5월 14일 범어도서관을 방문해 ‘수성구립도서관 운영현황과 발전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정치적 감성』(마사 누스바움), 『미학예술학연구』(한국미학예술학회),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조동희), 『현대 여성주의 시로 본 몸의 미학』(김순아), 『프리 드리히 키틀러』(유현주, 김남시), 『인문학 융합의 현상진단 및 정책방향 연구』(박 찬욱), 『도시와 로컬리티 공간의 지형도』(장세룡), 『기사작성 워크북』(연국희) …

 대구지역 44개 공공도서관에는 없는 책들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개인적인 이유로 ‘대구통합도서관’에서 검색한 결과다. 공공도서관 수서 수준에 대한 장기적·객관적 검증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볼 수 없는 책들이 늘어갈수록 아쉬 움과 섭섭함이 컸다. 특히 세계적인 법·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하는 『정치적 감성』이 대구지역 공공도서관 에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은 얼마간 ‘충격’이었다. 공공도서관 장서는 빠듯한 예산에 나름의 수서 정책을 맞춰낸 결과다. 도서관에 책이 없는 이유는 그 책을 찾는 사람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책 한 권이 지역 공공도서관에 아예 없다는 것은 지역의 지적 DNA에서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는 아닐까.

 구의회 의원들이 공공도서관 연구 모임을 일곱 차례나 열었다. 대구 수성구의회 ‘아이들이 행복한 수성구를 위한 연구 모임’(회장 황혜진 의원) 의원들이다. 이 모 임은 지난해 2월 연구 단체 등록 후 △3월 17일 도서관 운영 방안 마련 등 연구 계 획 수립을 위한 첫 간담회 △4월 16일 신남희 서울 중랑구 대표 도서관장 초청 ‘다 가오는 미래, 공공도서관의 역할’ 특강 △5월 14일 범어도서관 방문 ‘수성구립도서 관 운영 현황과 발전 방안’ 설명회 △7월 6일 윤희윤 대구대 교수 초청 ‘공공도서관 의 역할과 미래’ 2차 강연회 △8월 30일 ‘수성구 도서관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 연 구 용역 착수 보고회 △10월 14일 같은 연구 용역 중간 보고회 △11월 30일 같은 연 구 용역 보고서 발간·최종 보고회를 열어 ‘도서관 명품 도시’ 수성구의 미래를 고민 하고 설계해 왔다. 

 윤희윤 교수가 책임 연구하고 수성구의회가 펴낸 『수성구 도서관 중장기 발전 계 획 수립 연구』 보고서는 이러한 고민의 결실이다. 보고서는 △인프라 확충·운영체 계 정비를 통한 도서관 핵심 역량 강화 △충실한 장서 개발·지식 정보 서비스로 이용 자 지적 자유·접근권 보장 △생애 주기·지역 특화 프로그램 서비스로 복합 문화·평 생 학습 기회 확대 △포용과 개방·밀착형 공간 창출을 통한 커뮤니티 사랑방·공동체 문화 진작 등 4대 전략적 목표(13개 추진 과제, 40개 중점 사업으로 세분) 아래 2030 년까지 거점 도서관 5개소, 분관 7개소를 건립하는 등 수성구 도서관 중장기 발전 계 획을 담고 있다.


- 큰틀에서 수성구 도서관의 미래 구상은?
 황혜진 의원(회장·이하 ‘황’) “수성구에는 작은도서관을 포함해 8곳의 도서관이 있 다. 수성구 도서관이 전국 평균을 앞서는 지표가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전국 평균이 아니라 세계적인 도서관과 경쟁해야 한다. 수성구는 도서관 명품 도시, 도서관 으로 앞서가는 도시가 돼야 한다. 지적 자본, AI, 디지털이 주도할 우리 아이들의 미래 에 지식·정보 센터로서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 관의 가치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도서관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 이런 취지로 9명의 의원들이 연구 모임을 만들었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 도서관 위탁 운영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데….
 황 “도서관 위탁 운영은 비용 절감 등 운영 효율화를 위한 것이다. 지금은 미래를 대 비하는 변화를 통해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도서관 위탁률이 부산, 울산, 세종, 전북은 0%인데 대구는 31.8%로 서울, 인천에 이어 전국 3위다. 위탁 도 서관과 직영 도서관을 비교 평가할 데이터가 자체가 없는 형편이지만 보고서가 지적 한 대로 공익성, 행정 책임성, 기획 정책 기능, 전문 인력 역량 등을 기준으로 장단점 을 비교하고 옥상옥이 되거나 역할·기능 강화,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는 혹시 없는 지 살펴볼 것이다. 앞으로 거점·분관 20개소 시대를 열어갈 구청 도서관문화과 설치 나 도서관 TF팀 구성, 직영화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수성구 거점 도서관의 명칭 혼란이 있는 것 같다.
 황 “이번 보고서는 중점 사업으로 12개 거점관·분관 추가 건립 외에도 ‘도서관 거 버넌스·협력 시스템 구축·운영’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거점 도서관인 범어도서관 의 위상 정립, 역할 강화와 함께 명칭도 수성구 거점·대표 도서관으로서 ‘수성도서관’ 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성도서관은 1989년 개관한 대구시립 효목도서 관이 2008년 개칭한 이름이다. 범어도서관이 수성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려면 먼저 기존 수성도서관을 만촌도서관(가칭)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구의회 차원에 서 필요한 지원을 검토하겠다.” 


- 작은도서관 이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
 김두현 의원(간사) “수성구에는 23개 작은도서관이 있다. 숫자로는 대구 8개 구·군 중 네 번째이지만 1관당 연면적, 예산, 자료수 등 꼴찌 3관왕이다. 공립 작은도서관은 분관화를 통해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하고, 사립 작은도서관은 공공재 역할에 맞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딸아이와 함께 수성구보건소 구내 책숲길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분위기 좋은 작은도서관이었다. 사설 건물로 이전하고부터 이용자가 크게 줄어 안타깝다. 구립 도서관인데 사설 건물 2층에 있다. 더구나 1층은 상가다. 도 서관에 가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벤치 마킹할 도서관은?
 황 “서울, 부산은 물론이고 뉴욕, 프랑크푸르트, 라이프치히, 파리, 도쿄, 베이징 등 둘러봐야 할 도서관은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꼭 답사하고 싶은 곳은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립도서관이다. 쇠락해 가던 인구 5만의 다케오 시에 시립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나자 외지인 40만 명을 포함 연 100만 명이 도서관 을 찾았다. 도서관 덕분에 지역 문화와 경제가 살아난 설레는 사례다. 엄숙과 금지의 공간이었던 도서관을 복합 문화 향유 공간으로 탈바꿈한 덕분이다. 드넓고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에 도서관과 서점, 멀티미디어관, 미술관, 커피숍에다 통창 전망을 결합 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커뮤니티 거점 역할도 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22개 주제별 로 책을 배열하고 관련 소품, 특산물, 문구, 생활용품까지 연계했다. 어린이도서관은 별관 형태다. 오전 9시~오후 9시 연중 무휴로 연다. 이런 도서관을 능가하자. 규모 아 닌 질적 수준에서 대구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이 수성구에 들어서기 바란다.”


 위 보고서를 살펴 보면 지역 공공도서관에 ‘없는 책이 많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수 성구 도서관의 서비스 대상 인구 1명당 도서수는 2.10권으로 전국 평균 2.29권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난한 집에서도 공부하는 책값은 어떻게든 마련했다. 공적 자료와 통계는 누군가가 밝혀내고 널리 알려서 의미를 갖는다. 기초의회 무용론이 제기되기 도 하지만 지역민의 실생활과 삶에 도움되는 일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연구 모임은 지 역민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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