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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소멸 위험지역 대구·경북’ 해법은?

  • 입력 2022.01.18 00:00
  • 수정 2022.03.23 15:01
  • 기자명 김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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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열 군위축협조합장


 얼마 전 대구경북의 지역별 청년 세대 비율에 대한 통계가 발표됐다. 대구와 경북에서 군위와 의성의 청년 비 율이 가장 낮았다.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바닥에 깔린 수치가 우리 지역이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기에 가 장 열악한 곳이라는 의미로 다가온 까닭이다. 
 일자리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청년이 몰리는 곳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직업이 많은 곳이다. 기성세대가 뛰어들 기엔 낯선 일이나 작업이 젊은이들의 수요를 부르기 마련이다. 새로운 물결이 가장 먼저 흘러들어오는 수도권에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일 것이다. 


기존 세대의 ‘일자리 지키기’ 전략은?
 지역차와 상관없이 봐도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당장 혁명이라고 할 만한 새로 운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선두기업이 사업을 확대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개발도상 시기도 지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자리 정체기다. 
 지금과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 14세기 무렵의 유럽이었다. 당시 유럽은 청년들에게 혹독한 곳이었다. 그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해외연수를 떠났다. 길드에 소속된 장인을 찾아가 일을 배웠고, 장인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드디어 정식 회원이 될 수 있었다. 해외연수제도는 사실 장인들의 ‘일자리 지키기’ 전략이었다. 장인이 되는 과정 을 어렵게 해서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심산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물결도 거부했다. 이를테면 스위스의 서기 분야의 장인들은 인쇄술을 반대했다. 인쇄기술이 발 달하면 자신들이 갈고닦은 기술과 ‘자리’가 날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기성 세대의 저항이 있었다. 이 저항은 고스란히 청년 세대의 고충으로 돌아갔다.
 장인들의 전성시대를 끝낸 것은 산업혁명이었다. 새로운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혁신 앞에서 오래된 기술에 집착했던 장인들로 구성된 길드는 붕괴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 이 시대에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거대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꼭 그만큼 기성세대가 구축한 아성 이 높고 견고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에는 기성세대의 배려와 양보가 절대적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젊은 세대를 생각한다면 크든 작 든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변화는 곧 새로운 것에 열려 있는 청년 세대의 유입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은 청년 층 들에게 요구되는 열정과 능력의 수준을 지나치게 높여놓았다. 가능성 있는 청년들이 사장되기 일쑤다.

 
선배는 배려와 양보, 청년은 용기를
 나는 운이 좋게도 선배들의 배려와 양보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청년의 나이는 아니었지만 40대 초반에 갑 자기 조합장에 당선되었다. IMF 직후여서 농협과 축협이 통합되면서 소멸되는 조합들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 경북에서만 10개 조합이 분해됐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의 어르신들이 젊고 심부름 잘하게 생긴 나를 조합장으 로 낙점한 것이었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가장 큰 발전 동력이었다. 주변의 선배와 어르신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살아남기 위해서 젊은 조합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난관을 헤쳐나갔다. 그분들의 배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군 위축협은 벌써 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만약 나 혼자의 열정과 노력으로 그 난관에 맞섰다면? 지금의 조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성세대도 각성과 반성이 필요하겠지만, 청년 세대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다. ‘열정’이다. 기피 단어 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럼에도 청년들에게 열정과 용기를 부탁하고 싶다. 이 역시 내 경험에 서 비롯된 신념이다. 군위축협 구하기에 나섰던 그 시절 돌파구가 절실했다. 그저 열심히 해서는 안 될 상황이었 다. 그때 ‘육우’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말렸다. 심지어 잘나가는 조합에서 일하다 오로지 나를 돕기 위해 군위축 협으로 왔던 선배마저도 반대의 뜻을 비쳤다. 그때 “앉아서 죽느니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육우 사업 에 뛰어들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군위축협을 살린 일등 공신이 바로 육우사업이다. 
 그때 나를 붙들어준 한 마디는 ‘궁즉통’이었다. 궁하면 통한다는 뜻인데, 궁과 통 사이의 간극은 선배들의 도움 과 배려, 그리고 젊은 용기로 채워졌다.  
 혹독한 세월이지만 청년을 응원하는 기성세대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내 주변만 봐도 새 로운 세대를 받아들이고 성장시키는데 헌신하고 싶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 준비된 선배들과 열정과 용 기의 지역 청년들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몸부림들이 청년들에게 희망이라 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 뜻있는 선배들이 열심히 길을 열고 후배들이 용기 있게 도전한다면 빠져나올 수 없을 만 큼 깊은 ‘궁(窮)’은 세상에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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