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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과 한우, 선비 정신이 만나 탄생한 ‘의성 마늘소’

  • 입력 2021.11.04 00:00
  • 수정 2021.11.26 10:34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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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문 의성축협조합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가 뜨겁다. 서민의 입장에서 정치에 바라는 첫 번째는 ‘잘 먹고 잘살게 해 줄 정책’이다. 삶의 목적이나 행복 같은 지극히 주관적인 문제까지 정치에 의탁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요구는 경제다. 서민들이 걱정 없이 잘살 수 있도록 해줄 리더가 누구인지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지방 선거에 대한 기대감도 대선 못잖게 크다. 의성은 소멸위기 지역으로 분류된 만큼 노령화로 일손 부족에 소득 감소 등의 고충을 겪고 있다. 농촌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 벼슬을 포기한 선비도 결코 포기하지 않은 것
옛 선비들도 백성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늘 고민했다. 벼슬에 올라 중요한 정책을 만드는 이들도 그랬지만, 과거를 포기하고 벼슬에 마음을 접은 선비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의 유명한 ‘과포자(과거 포기자)’를 꼽자면 연암 박지원, 반계 유형원을 들 수 있다. 이분들 모두 실학자로서 백성들이 잘 먹고 잘사는 길을 모색하면서 다양한 이론을 만들고 책을 썼다. 이분들이 남긴 경세서는 지금도 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그만큼 그 안에 담긴 선비의 뜻이 고귀한 것이다. 벼슬에 나섰지만 벼슬을 못 하는 처지에 놓인 분들도 세상을 걱정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약용 선생이 대표적인 예다.
이분은 사회와 서민에 대한 책임감으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저술을 했다. 자기가 선 자리에서 공동체를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또 애쓰는 것은 선비의 정신이자 위대한 한국의 전통인 것이다.

◇ 최초의 읍지, ‘문소지’를 아십니까?
읍지(邑誌)도 이러한 전통의 산물이다. 읍지는 조선 후기에 여러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지역의 경제 정보가 두루 담겨 있었다. 읍지에 담긴 다양한 데이터와 정보를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경제 정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읍지를 제작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했다. 지역의 정보에 밝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조사관 파견 등에 드는 제작 비용이었다. 고을 수령 혼자의 힘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했다. 그 지역 양반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주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읍지는 선비정신의 구체적 실천 방안 중의 하나인 동시에 민과 관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스스로 잘살아 보자는 의지로 이루어낸 결과물이었다. 이를테면 지역 양반 주도의 새마을운동이자 지금의 지자체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훌륭한 전통이다. 의성은 읍지의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실물은 사라지고 없지만 역사는 의성에서 제작한 ‘문소지’가 조선 최초의 읍지였다고 전한다. 그만큼 지역 양반들의 공동체 의식과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실천력이 뛰어났다는 것을 시사한다.

◇ 마늘소, 관과 조합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마늘소도 그러한 전통을 따라서 탄생한 지역 특산품이라고 생각한다. 마늘소의 탄생은 지자체의 역사와 인연이 깊다. 1995년 7월에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역마다 특색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열풍이 불었다. 의성은 예부터 마늘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1979년 한우번식계량단지가 경북에서 처음으로 의성군 금성면에 들어와 종자계량이 이루어지면서 의성 송아지를 최고로 치는 분위기였던 만큼 한우 역시 큰 자랑거리였다. 이 둘을 버무리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쉽지 않았다. 마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가 생각만큼 마늘을 쉽게 먹지 않아 애를 먹었고, 섭취량이 많으면 고기의 색깔이 변하는 바람에 적정량을 찾기 위해 대학 등에 의뢰에 아등바등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관과 조합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명품 한우 브랜드를 탄생시켰다고 자부한다.
 마늘소의 연원이 지방자치제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 역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제를 쉽게 설명하면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을 주민 자신이 처리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인정하는 리더들이 다양한 위치에서 지역의 현안을 주도하고 중앙에 지역의 뜻을 알려 국가적 차원의 협조와 지원을 받아오는 원리다. 의성은 최초의 읍지가 제작된 만큼 공동체에 대한 책무감을 바탕으로 지역의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전통이 뿌리 깊다고 보아야 한다. 관과 민이 손을 잡고 대한민국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독특하고 우수한 한우 브랜드를 생산한 저력을 설명할 때 읍지를 만든 옛 의성 선비들의 애민정신과 책무의식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 ‘내가 있는 곳이 곧 세상의 중심’, 마늘소의 미래를 준비하는 마인드
마늘소는 전국화에 성공했다. 다음 행보는 세계화다. 우리 지역에 대형 활주로를 갖춘 국제 규모의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면 유럽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들이 힘차게 날갯짓을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우 마늘소의 위상도 세계화할 것이라 믿는다. 아직은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조합원 모두 두려운 마음으로 마늘소가 한우를 대표해 세계로 나아갈 채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마늘소의 미래를 준비하는 마인드 또한 내가 있는 곳이 곧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백성의 먹고 살길을 고민하고나라가 부강해지는 길을 고민했던 선비들이 품었던 사회적 책무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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