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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서 열린 야구대회, 너무 감사한 일이죠”김상현 수영초 감독 “우승보다 대회 개최 자체가 감동” 제5회 대구시장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 결승전 수영초와 본리초 결승전, 16대 15로 수영초 우승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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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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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현 수영초 야구부 감독


"어, 감독 어디 갔어?"

10월18일 대구 강변리틀 야구장에서 제5회 대구시장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부산의 강호 수영초등학교와 대구의 명문 본리초등학교가 맞붙어 결국 수영초가 우승기를 가져갔다. 승리가 확정된 이후 감독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감독은 시상식에 이어 우승팀 기념촬영과 헹가래 퍼포먼스가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김상현 수영초 감독을 만난 것은 수영초 선수들을 싣고 온 버스 안에서였다. 그는 "경기 직후 등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면서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어서 선수단 버스에 와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말로는 아이들에게 승리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면서 야구를 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야구 관계자는 "초등학교 야구 특성상 우승에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감독들은 기본적으로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직업"이라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전국대회 결승전 한번 치르고 나면 수명이 1년 단축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게다가 이날 맞붙은 수영초와 본리초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이자 강호다. 수영초는 2018년 부산 소년체전과 2020년 현대자동차 청소년 야구대회에서 우승기를 가져갔다. 추신수, 이대호, 장원준, 노시환, 최준용 등의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한 마디로 메이저리거만 2명을 배출한 부산 대표 초등학교의 야구팀이다.

본리초는 전국대회 출전이 곧 우승 예약으로 통하는 팀이다.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펼쳐진 전국소년체전에서 5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에는 제17회 천안 흥타령기 전국초등학교 야구 대회에서 우승했다. 김강민, 구자욱, 윤길현, 배지환, 이승민 등이 본리초 출신이다.

대구와 부산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김상현 감독은 "아이들에게는 부담 갖지 말고, 연습한 기량을 마음껏 뽐내보자 즐겁게 게임하자고 말은 했지만, 경기 초반 선수들도 그러지 못했고, 감독인 자신도 너무 긴장을 했었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불꽃 튀는 경기가 벌어졌다. 경기 시작과 함께 난타전이 벌어졌다. 본리초가 1회초에 8득점을 가져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수영초가 이를 악물고 반격에 나섰다. 4번 타자 이진형이 1회말과 2회말에 연타석 투런 홈런과 4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온 변우영의 만루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을 돌린 뒤, 6회 마지막 공격에서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스코어는 16대 15. 감독과 선수 모두 이를 악물고 달려든 끝에 잡아낸 경기였다.

김 감독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는 말이 딱 맞다"면서 "마음은 천당에 갔는데 승부가 너무 치열해 몸은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상현 감독은 ‘부산의 아들’이다. 부산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92년 롯데자이언츠에 투수로 입단했다. 입단 첫해에 1군 선발 로테이션을 꿰차 7승 4세이브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면서 그래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부산 사람들이 농담 삼아 말하는 “한 세대에 한번 밖에 경험하지 못한다는 롯데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수로 경험한 것이었다. 2년차 징크스도 남의 이야기였다. 이듬해 12승 4세이브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롯데의 선발에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그의 선수 인생에 슬럼프가 찾아온 것은 입단 3년째였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프로 생활 7년 중 절반을 재활과 복귀를 거듭하다가 98년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프로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그의 교육 철학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기본기다.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기량이 계속 발전되느냐 주저앉느냐는 초등학교 때 익힌 기본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당장의 승부보다 기본기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본기를 잡아주는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기와 함께 경기 경험도 중요한 성장 요인이다. 김 감독은 등록된 선수를 모두 그라운드에 내보낸다. 실전 경험이 쌓여 경기 감각과 실력으로 쌓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를 뚫고 열린 대구시장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김 감독은 "코로나 상황에서 예정되었던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아이들이 실전 경기에 목마른 상황이었다"면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개최해줘서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대구시와 대구시야구협회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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