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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아동학대·학폭’으로 몰리기도 위축된 선생님들 “어떻게 가르치라고…”
시민기자 8기 취재팀  hankookd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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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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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2013년 아홉 명의 공저자가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성찰한 책의 제목이다. 발단은 앞서 1년 반 전 5개월 새 대구에서 중학생 두 명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교 폭력 문제가 엄청난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부터였다. 책 제목과는 반대로, 아니 반어적 표현이었다면 제목 그대로 지금 ‘학교는 무사하지 않다.’ 심각한 것은 학폭만이 아니다. 2016년 572건에 이른 교권 침해(교육 활동 침해) 사례는 이후 해마다 500건 이상이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400건 대로 줄어들었다. 학교 폭력도 교육 활동 침해도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총체적이며 구조적인 사회 문제다. 학교는 그 사회의 미래다. 더 이상 덮거나 축소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교육의 위기 징후다. ‘갑질 없는 사회를 향하여’ 두 번째 순서로 올해 한 초등학교 교사가 힘겹게 감당해야 했던 교육 활동 침해 사례를 소개한다. 교육 활동을 지키는 일은 결국 아이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교육 활동의 침해는 이 둘 사이를 가로막는 일이다. 이 둘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여는 말>

참으로 길었던 5개월 간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어쩌면 더 길어질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수업이 시작됐는데도 평소 이용이 금지된 학교 시설물에서 장난을 치고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더구나 그곳은 안전상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시설물. 아이를 바로 제지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긴급했다. 그 날도 아이는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수차례 이름을 불러 교실로 들어오라고 했으나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 수업 시간에도 교실을 자주 돌아다녔다. 제 자리에 앉히기가 힘들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다지 유의하지 않고 반복한다는 점에서 나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교사로서 내색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서로 견디고 배려하며 함께 가고자 했다.

제지가 불가피하고 긴급한 상황
아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아이를 데려와야 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교실 제자리에 앉아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순순히 말을 듣지 않았고 등을 떠밀다시피 해서 교실로 데려 왔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붙잡으며 어서 교실로 가자고 재촉하는 뜻으로 등을 한 번 쳤다. 이게 화근이었다. 이를 두고 학부모는 그러잖아도 힘든 아이를 교사가 때렸다면서 아동학대로 학교에 민원을 넣었다. 민원의 대상이 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수업 중 교실을 돌아다니는 아이에게 제 자리에 앉으라고 지도했으나 말을 듣지 않기에 팔을 붙잡아 자리에 앉힌 적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아이의 팔이 아프다는 내용도 민원에 포함돼 있었다.
아동 학대 민원이 제기됐으므로 나는 바로 담임에서 배제됐다. 개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때였다. 평소 출입이 금지됐을 뿐 아니라 안전 사고가 우려되는 시설물에서 아이가 장난을 치고 있다면, 신속하고 안전하게 그곳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급선무였다. 누가 보더라도 긴급하고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한 교사의 대처와 조치를 학부모는 아동학대라고 문제 삼은 것이다. 안타깝고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위험 상황에서 벗어나게 한 교사의 대처에 대해 감사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해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억울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더 나은 교육적 방법’은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긴급하고 불가피한 상황에서 교사로서 내가 취한 조치보다 더 나은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 상황에서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당부 드린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로부터 불만이 제기된 만큼 학부모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교사가 먼저 사과하면 학부모도 이 사안을 덮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더구나 이 민원을 빨리 처리해야 담임선생이 배제된 반 아이들이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어려움과 불이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어른들의 잘잘못을 떠나 아이들의 학습권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서 정상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학부모는 저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부모는 나를 학폭 교사로 처리하여 전근시키겠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학부모는 저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학교자체사안으로 종결되지 않아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갔다. 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 학부모의 일방적인 제보를 바탕으로 한 지역 신문이 이 건을 보도했다. 허위 보도였다. 다음날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이 사안은 학폭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아동학대·학폭 아닌 교권 침해 결론
여러 차례 교육적인 해결을 시도했지만 학부모는 받아들이지 않은 데다 담임 교체·전보 등 무리한 요구를 계속했다. 더구나 허위 사실을 제보해 언론에 허위 사실을 보도하게 했다.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 이후 학부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다시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개월 여간의 심의 결과,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 침해(교육 활동 침해)라고 결정했다. 드디어 교권 침해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조정 신청을 했다. 그 결과 중재위는 정정 보도 결정을 내렸고 신문사는 정정 보도문을 싣기로 했다. 신문사는 1차 정정보도문을 게재했으나 언론중재위의 주문 내용과 다르게 보도했고, 언론중재위에 이 사실을 알려 중재위의 주문대로 최종 정정 보도를 하게 했다. 학부모가 신청한 아동학대, 학폭도 아니라 결론이 났으며, 교권 침해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언론 정정 보도까지 이뤄져 이 건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아직 남은 것은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조치. 교원지위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5조 제1항은 “(…) 학교의 장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이하 “보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무 규정이다. 미룰 수 없다. 그럼에도 학교나 교육청은 어떠한 피해 교원 보호 조치(교원 치유,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교육청에서조차 ‘교장이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않는다면, 피해 교원은 교장에게 계속 요구하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이다. 의무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교장에게 교사는 그저 계속 요구만 해야 한다니. 대체 “~하여야 한다”가 의무 규정이 아니라니…. 결국 법제처에 교원지위법 15조 1항에 대한 조문 해석을 자문했다. 법제처는 ‘학교의 장은 교육 활동 침해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에게 의무적으로 보호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답변을 받았다.
명백한 의무 조항, 강제 조항을 두고 교사가 직접 법제처 조문 해석 자문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숨막혔다.

과정·절차에 대한 규정 뒷받침 없는 ‘보호조치’
교원지위법 15조 2항에는 교권 침해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 조치의 유형을 (1)심리상담 및 조언, (2)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3)그 밖에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 등 세 가지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 과정이나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다. 관련 매뉴얼들을 다 뒤져봤지만 허사였다. 즉 시행령에 해당하는 규정들이 뒷받침해주지 않아서 유명무실한 법령, 탁상공론이 되고 말았다. 서울을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고 정해 놓고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 터미널은 만들어 놓지 않은 것과 같다. 교육청에서도 교육 활동 침해 피해 교원을 위한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피해 교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하지만 행정적 처리나 요식 절차를 위한 기구로만 활용하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교권 침해 피해 교원이 실질적인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 교원지위법에 따른 피해 교원 보호 조치를 하지 않는 교권보호위원회에 대해 고충심사위원회에 고충을 제기한 상태다. 물론 이 모두를 총괄하는 권한은 교장에게 있으므로 법률 15조 1항의 규정에 따라 그 책임은 교장이 져야 한다. 교권 침해 피해 교원에게는 심리 상담·치료가 꼭 필요하다. 거의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대응하면서 느끼고 겪었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력감과 정신적 황폐함, 극도의 우울감, 분노 등이 수시로 엄습했다. 당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는 날이 많았다.

‘근거 없는 민원으로부터 학습권 지켜야’
처음 학교 폭력으로 신고당해 여러 자료를 준비하는 동안 많이 고민했다. 그래도 다행히 동료 교사들이 안전 생활지도를 폭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글을 써 줬다. 동료로서 굉장한 위안이었다. 그동안 지도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제가 폭력교사가 아니라 훌륭한 스승이라고 말해준 것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 단지 하나의 직업인으로서만 교사로 살지 않고 한 아이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교사로 살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서 밝혔듯이 이번 일로 담임을 내려놓아야 했다. 평생 담임만 해왔다. 한 번도 교과나 진로교사를 해본 적이 없다. 아동학대도 학폭도 아니고 교권 침해라고 최종 확정됐지만 교실로 돌아갈 수는 없다. 많이 답답하다. 언젠가 돌아올 거라는 어머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힘들다. 그래도 돌아오리라 믿어주는 학생과 학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 지금 많은 학생들은 피해자다. 담임선생님이 왜 바뀌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선생님이 어린 자신들을 버리고 갔다는 섭섭함마저 느낄 것이다. 교실과 학교를 바로 세우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민원을 덮기에 급급하기보다 드러내어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부모의 근거 없는 아동학대 민원으로 담임이 교체되거나 학교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다수의 학습권이 보장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 교사의 근본적 고민
한 아이의 안전과 동급생 다수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아동학대 민원의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 시대는 변했고 교실도 이렇게 달라진 것을 나만 몰랐던 것일까. 그저 아이들 틈에서 아이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미덕이자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에만 열심이던 교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 적응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걸어온 교사로서의 삶을 돌아봐야 때인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나설수록 아동학대나 학교폭력으로 몰릴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교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애써 가르치기보다 그저 법령과 규정이 정한 최소한으로만 가르치게 유혹한다. 책임을 다하기보다 면피만 하도록 주저앉힌다. 과연 이런 것을 진정한 교육 환경이라 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고민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이전 교육 방법론과 토대는 거의 무너졌는데 새로운 교육 방법론의 패러다임은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는다. 누구는 교육 아노미 시대라고도 하고 어느 단체에서는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는 책도 냈다. 이런 고민은 ‘교육이 불가능한 시대’에 교육을 맡은 교사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어떠한 경우에도, 교사로서 열정을 바쳐 일해 온 과거와 현재를 후회하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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