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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사가 되는 동네이야기
김숭열 아트랩네모 대표  hankookd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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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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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역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여기저기서 많이 이야기한다. 지역별로 도시재생센터들이 생겨나고 동네의 환경 개선과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등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새삼스레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 바로 근대 역사이다. 기성세대들에게 역사란 신라, 백제, 고구려가 번성하던 삼국시대나, 기껏해야 조선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근대 역사는 그들에게 과거 일상의 한 부분이자 삶의 배경이었던 만큼, 그것을 역사로 받아들이기보다 ‘어, 이거 내가 옛날에 쓰던 물건인데?’하는 식으로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나온 시간이 역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물론 어떤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꼭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공동체를 이룬 마을 사람들이 집단적 삶을 영위해 온 공간으로서의 장소성과 그 마을 고유의 문화를 이루는 산업적 그리고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고유성, 그리고 지금까지도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현재성을 갖춘 대상들을 우리는 근대 역사의 주인공이자 마을 문화의 주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의 사소함이 역사로 재탄생하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고 쑥스러울 수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사소한 행동과 놀이, 밥을 먹은 그릇들, 이 모든 흔적들이 세월이 지난 후에 작게는 개인의 추억으로서, 크게는 역사의 한 조각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게 된다. 그 시절을 살아 온 사람들에게, 근대 역사는 그들 삶의 일면으로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한 개인의 역사는 그 사람의 정신 건강 및 육체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주 침산동의 사진 수업에서 ‘내가 사는 동네’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마음속에 있는 그들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며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침산동은 오봉산을 둘러싸고 형성된 동네로, 그 마을 사람들에게 오봉산은 마치 엄마의 품과도 같다. 매일같이 그곳에서 여유를 찾고 힐링을 하며 안식을 찾는 곳이다. 반면 이제는 주거공간보다 공장이 많은 것도 특징인데, 주변이 공장지대로 변하면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남아 있는 이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 측면도 있다. 그래도 옛날 사진을 보여주시며 기쁘게 추억을 들려 주시는 수강생 분들은 추억할 것이 남아 있어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사진의 배경이 된 집을 찾아가 다시 사진을 찍어 보는 행위는 개인의 역사를 향유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부분이기도 하다.
수년 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황혼의 반란’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7, 80대 유명 연예인 5명을 대상으로 한 펜션에서 시대적 배경을 1982년으로 설정해 놓고, 집기와 소품 등 모든 환경을 그때로 맞춰 놓은 채 7일간 생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 참여 전후로 참여자들의 건강을 측정했을 때, 언어성, 인지력 등 모든 면에서 향상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역사란 자료로서의 보존 가치가 있는, 민족사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 역사의 한 장면 장면은 결국 수많은 개인들의 삶으로 채워져 있다. 역사를 이뤄 낸 개인의 시각에서 그때 그 순간을 살펴보았을 때, 역사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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