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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horror)로 철학하기 호러 매니아를 위한 교양서

  • 입력 2021.10.03 00:00
  • 수정 2021.10.29 09:17
  • 기자명 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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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of Horror)”을 들 수 있다. 미국의 미학 철학자인
노엘 캐롤(Noel Carroll)이 1990년도에 쓴 책으로 호러(공포)
를 주제로 다양한 관점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호러스토리의 괴물이 허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무서워하는지, 호러장르는 어느 시대
에 탄생했는지, 어떻게 대중화할 수 있었는지, 호러스토리를
무섭다고 하면서도 왜 좋아하는지 등의 이슈들을 소개하고 있
다. 저자인 노엘 캐롤은 어릴 적부터 호러를 너무나 좋아해서
엄마 몰래 밤늦게 이불 속에서 랜턴불을 키고 호러 소설책을
읽곤 했다고 한다. 결국은 나중에 커서 호러를 연구하고 이 책
을 쓴 저자가 된 것이다. 어쨌든 캐롤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통
해서 호러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호러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면 세 종류의 사람을 만
날 수 있다. 첫째는 호러스토리에 도대체 관심이 없다는 사람
들이다. 호러는 허황스러울 따름이고 실제로 진짜 무서운 것
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돈이 가장 무섭다고 말하기도 하고 권
력이나 관계가 무섭다고도 하며 늙을수록 건강이 가장 무섭다
고도 한다. 호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이다. 이런 반응을 하
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세상의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온 철부지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상상의 세계가 파
고들 틈이 없이 현실 속에서만 사는 그 사람들이 다소 불쌍하
게 느껴지기도 한다.
두 번째 반응은 왜 그런 것을 좋아하고 관심을 두느냐는 반응
이다. 세상엔 아름답고 좋은 것들도 많은데 왜 하필 그런 공포
와 괴기스러운 것들에 관심을 갖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내가 정신적으로
어둡고 싸이코 같은 불안정한 인간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하
지만 호러장르가 현대사회에서 대중화의 길로 치닫는 것을 보
면 나만 어둡고 불안정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안도를 한다.
마지막 반응은 호러가 흥미롭다는 사람들이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과 대화는 길어지게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
은 대화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무엇일까? 라는 우주적 궁
금증도 일어나는 것을 본다. 호러를 좋아하는 동호인의 모임이
되는 것이다. 캐롤의 책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호러의
교양서이고 기본 안내서인 것이다.


▷추천서 - 노엘 캐롤(Noel Carroll), <호러의 철학 (The
Philosophy of Horror: Or, Paradoxes of the Heart)>, Psychology
Press,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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