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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팔리아나에게서 배운‘기쁨의 놀이’

  • 입력 2021.10.02 00:00
  • 수정 2021.10.28 17:26
  • 기자명 김남경 대구가톨릭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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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아침마다 학교 가는 일이 부담이어서인지 표정이 시무룩했다. “동환아, 엄마랑 기쁨의 놀이 할까?”, “그게 뭔데?” 아이는 놀이라는 말에 반응해주었다. “‘~~해서 기뻐’라고 말하는 거야. 엄마가 먼저 해볼게. 음….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기뻐….”
내가 기쁨의 놀이를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집에는 어린이 명작동화에 위인전까지 모아놓은 100권이 넘는 전집 세트가 들어왔다. 나와 동생은 책을 꺼내 세워 울타리를 두르고, 그 안에 책으로 벽돌 쌓듯이 침대를 만들어서 눕기도 하고, 의자를 만들어서 걸터앉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책들을 두르고 깔고 덮고 했다. 그런 책들 사이에 ‘소녀 팔리아나’라는 동화가 있었다.
팔리아나는 생일 선물로 인형을 받고 싶어했다. 도착한 소포를 설레는 마음으로 뜯어보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목발이 들어있었다. 팔리아나의 아버지는 ‘기쁨의 놀이’를 제안하고, 팔리아나에게 목발이 필요 없다는 게 기쁜 일임을 깨닫게 해준다. 팔리아나의 ‘기쁨의 놀이’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도 그때부터 나 혼자만의 비밀놀이로 ‘기쁨의 놀이’를 시작했더랬다.
기질적으로 잔걱정이 많고, 소심한 나는 기쁨의 놀이를 위해 상당 기간 연습해야만 했다. 어쩌면 딱 그 놀이를 해야만 하는 순간에 걱정 주머니만 들여다보기도 했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교실에 들어서는데, 반 친구 하나가 나더러 “뭐 그런 자세로 들어오냐?”라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난 멋쩍게 웃으면서, “그래,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라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놀라운 말을 했다. “저것 봐, 쟤는 항상 좋게 생각한다니까.”였다. 효과가 있었다. 그 후로도 나는 혼자만의 ‘기쁨의 놀이’를 했다.
그리고 단 한 사람에게 기쁨의 놀이를 전수하였다. 아이가 말한다. “난, 태어나서 기뻐, 숨 쉬고 있어서 기뻐….”
팔리아나의 목소리가 함께 들리는 듯하다.
“그 목발이 지금 필요 없다는 게 기쁜 일이에요! 그렇게 쉬운 것이에요.”

▷추천서 - 엘리너 호지만 포터, <소녀 폴리아나>, 지경사,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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