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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한반도 미식 열풍조선에는 ‘백종원’이 넘쳐났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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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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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대한민국은 음식에 관한 한 빠지지 않는 민족이 됐다. 한류를 타고 우리 음식이 세계로 나가는가 하면 이웃 나라에서 우리 음식을 훔쳐 가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음식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다. 우선 많이 먹는다. 조상님들의 식사량은 이 땅에 들어온 이방인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부분이다. 한반도에 표류한 유럽인 하멜은 ‘조선 사람들은 명랑한 성격을 지닌 엄청난 대식가들이다’고 평가했다. 음식을 좋아하고 많이 먹다 보면 음식에 얽힌 이야기도 많을 수밖에 없을 터, 우리 조상님들이 남긴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은 2021년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는 음식 콘텐츠와 비교해도 다양하고 흥미진진하다.

조선의 먹방
대식가들의 나라에서 요즘 ‘먹방’ 비슷한 건 없었을까. 지켜보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많이 먹는 경우. 그런 예가 하나 있다. <어우야담>에 남아있는 정응두(1508∼1572)의 기록은 요즘 먹방을 연상시킨다. 그는 병조판서와 판중추부사를 지냈는데, 하루는 한 노인이 술과 안주 그리고 홍시 200개를 그에게 바쳤다. 노인은 속으로 다 먹으려면 며칠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응두는 노인이 보는 앞에서 그 많은 음식을 모두 먹어치워 버렸다.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표정이 엄청난 양의 음식을 쉬지도 않고 삼키는 먹방 유튜버를 지켜보는 구독자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해외로 진출한 ‘먹방’도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정구(1564∼1635)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599년 1월 명나라 사신으로 베이징에 갔다가 명나라 재상에게 식사 초대를 받았다. 약속한 날 재상은 급한 일이 있어 궁궐에 들어갔고, 가족들은 이정구에게 온갖 음식을 내왔다. 그는 무척이나 많은 음식을 먹은 뒤 가족들에게 아직 밥을 먹지 않아서 숙소로 돌아가 식사를 해야겠다면서 집을 나갔다. 그 많은 음식을 먹고 나서도 또 ‘밥’을 먹으러 간다는 말에 중국인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조선의 음식 유튜버 ‘허스타’
음식 유튜버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직접 먹어보고’ 그 음식을 추천하거나 때로 혹평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음식 평론가들과 다른 점은 음식에 대한 평가 방법이나 내용이 보다 실제적이고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조선에서 음식 유튜버를 연상시키는 인물을 꼽으라면 허균(1569~1618)이 아닐까. 허균의 음식 탐방 결과는 ‘도문대작’이라는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허균이 이 책을 저술한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당시 중국에서 일어난 미식열풍이었다. 당시 명나라는 농업 기술이 발달하면서 식량 생산이 늘었고 문인들이 미식회를 열거나 음식을 먹어본 후 책을 쓰는 것이 유행이었다. 허균은 책을 훑어본 후 맛있는 음식만 기록할 뿐 그다지 도움되는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이 직접 먹어본 음식을 바탕으로 음식 품평서를 쓰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가 음식 품평서를 쓰게 된 두 번째 배경은 다양한 음식을 접한 어린 시절의 경험이었다. 그는 ‘도문대작’ 서문에서 밝히길 선친이 생존해 계실 때 사방에서 나는 별미를 예물로 바치는 자가 많았고, 잘 사는 집에 장가들어 산해진미를 다 맛보았다. 한 마디로 맛에 관한 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고 그 결과 식탐과 평가 능력을 고루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강릉 부사로 재직하던 시설 ‘초당두부’를 처음으로 만든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음식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집안이었다.
그의 열정은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시골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식당을 찾아내는 음식 유튜버 못잖다. 그는 지방관으로 나갈 때도 ‘생선과 게가 풍부한’ 곳으로 보내 달라고 청탁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허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좌의정까지 지낸 이정귀(1564~1635) 역시 음식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임진피병록’에 ‘황화채’라는 나물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식초를 쳐서 나물을 만들어 먹으니 매우 부드럽고 매끄럽고 또 담박하여 입맛에 맞는 것이 송이보다 나았다’면서 하인에게 나물의 이름을 자세하게 묻는 등 요즘 유튜버처럼 열심히 음식을 탐구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열정을 보였다.

조선의 백종원

백종원 같은 음식 전문가는 없었을까. 음식을 만드는 법을 비롯해 식당 경영과 서비스 마인드까지 다루 갖춘 인물을 꼽으라면 한 명 있다. 이충(1568~1619). 간신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면모가 보이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그는 ‘겨울에 땅속에 큰 집을 마련해놓고 그 안에 채소를 심었다’고 전한다. 식재료를 까다롭게 고르는 요즘 식당 경영자 혹은 쉐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다. 그는 반찬을 매우 맛있게 장만해서 아침저녁으로 임금에게 올렸다고 전해진다. 요즘 음식 전문가는 손님들의 ‘총애’를 받아 부와 유명세를 얻지만, 이충은 곧장 벼슬로 보답을 받았다. 부정한 방법이었으나 아무튼 음식을 잘 만들어 성공했단 점에서는 요즘 유명 쉐프나 식당 경영자와 일맥상통한다.
실학자 박제가(1750~1805)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선생님이다. 그는 개장국을 잘 끓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 있는 형에게 개를 잡아먹을 것을 권하면서 들깨 한 말과 함께 조리법을 써서 편지로 부쳤다. 그는 ‘들깨 한 말을 부쳐드리니 볶아서 가루로 만드십시오.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를 잡을 차례입니다’라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것이 바로 초정 박제가의 개고기 요리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빵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청장관전서’에 ‘가수저라’라는 음식을 만드는 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음식을 만드는 데는 밀가루와 설탕, 달걀, 그리고 다 익었는지 알아보는데 쓰일 대바늘이 필요했다. 이렇게 만든 음식은 바로 ‘카스테라’였다.

조선의 음식 평론가
음식평론가의 조건은 일단 음식을 좋아해야 한다. 추사 김정희가 그랬다. 그는 유배지 제주도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를 통해 그가 얼마나 음식에 관심이 많고 미각이 예민한지 드러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서울에서 진장을 살 수 있으면 사서 보내 주십시오. 변변찮은 진장은 보내도 소용없으니 그곳 윤씨에게 진장이 요즘도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진장을 사서 보내되 제대로 된 장을 보내라는 당부였다. 이 외에도 이런저런 음식을 부탁한다. 요즘 사람이 읽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이 적지 않다.
그가 남긴 가장 훌륭한 ‘음식 평론’은 1856년 세상을 떠나던 해에 썼다.
‘가장 좋은 음식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요, 가장 좋은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손자라네.’
그는 아래에 이런 해설을 달아놓았다.
‘이것은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큰 황금 도장을 차고, 먹을 것이 사방 한 길이나 차려지고 시첩이 수백 명 있다 하더라도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참고>안나미, <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의미와재미,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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