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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얄미운 남편 힘낼 수 있게 손님들 많이 와주세요”

  • 입력 2021.10.01 00:00
  • 수정 2021.10.28 17:20
  • 기자명 김광원기자, 최희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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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얄미워요.”

밀양은 박시춘(1913-1996)의 고향이다. 박시춘의 대표작 ‘굳세어라 금순아’는 그 시대의 눈물과 희망을 담아낸 사실적이면서 희망찬 가사 덕분에 지금도 사랑받는 국민가요다. 굳센 금순이의 고향답게 밀양에는 지조 있고 강인한 여성이 많다. - 운심처럼.
이정연(31)씨는 베트남 출신 ‘밀양여자’다. 베트남 이른은 부이티냔(Bui thi nhan), 9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다. 그 사이 두 아이가 태어났고 한국에서 알게 된 베트남 친구들과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활발하게 살아왔다. 여기저기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일자리 주선을 잘해서 밀양 베트남 이주여성들 사이에서 ‘리더’로 통한다.
평탄하게 흘러가던 삶에 변곡점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였다. 남편이 무릎에 암이 생겨 수술을 했다.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큰 수술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씨가 생업을 찾아야 했다. 공장에 들어가자니 두 아이가 걱정이었다. 두 아이와 시간2016을 보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식당을 떠올렸다. 베트남에 있을 때부터 요리를 좋아해 음식에는 자신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밀양고등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베트남 전통 음식점을 열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쌀국수 퍼(Pho)에다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단 의미로 ‘24’를 붙였다. 단, 24시간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Pho24의 대표 메뉴인 쌀국수는 베트남 현지에서 먹는 쌀국수나 진배없다. 이 식장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진짜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싶은 이들에게는 ‘알짜 맛집’이지만, 한국식 베트남 쌀국수를 먹던 사람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반미와 월남식 샤브샤브 역시 정통 베트남식이다.
이씨는 “최근 밀양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문을 열 즈음과 비교해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면서 “어서 코로나가 끝나서 신나게 장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돼야 얄미운 남편도 힘을 내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할 수 있어요. 코로나 풀리면 많이 많이 찾아와 주세요. 우리는 진짜 진짜 베트남 국수 맛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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