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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막 대하는 건 ‘가슴 못질’ 어디든 입주민 90%는 좋은 분들”

갑질 없는 사회를 위해 - 주택관리사, 경비원의 경우

  • 입력 2021.09.07 00:00
  • 수정 2021.09.07 10:51
  • 기자명 김중용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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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저널 시민기자’는 갑질을 갑질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두려움 없이 고발함으로써 갑질 없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갑질 없는 사회를 위해’ 기획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 호는 아파트 경비원과 주택관리사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갑질 문화를 일상에서부터 몰아내는 작은 출발이 되기 바랍니다.
<여는 말>


장기동 주택관리사는 동종 업계에서는 ‘청년’이다. 경비원과 합쳐 얘기하면 더욱 젊은 청년에 속한다. 올해 만 43세인 그는 현재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 근무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다.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이자 고민거리는 역시 갑질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주택관리사)이나 경비원은 갑질의 가장 큰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5월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무차별 폭행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넜다. 안타까운 일은 반복된다.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할 말이 있어도 다 할 수 없다. 생계와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다. 아직은 그가 들려주는 얘기만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대구시회(시회장 김득진) 공동주택 상생 포스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어떤 계기로 공모전에 참가했나요?
“언론을 통해 관리사무소 직원(경비원 포함)에 대한 폭행 사건 등 갑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보도됐지요. 언젠가는 제가 관리하는 아파트에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 포스터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요?
“지금 당신의 아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은 당신의 가족일 수도 있고 또 언젠가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으니, 함부로 대하지 말고 존중해 달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이런 내용이 잘 담겼는지, 전달은 잘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주택관리사(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일은 언제 시작했나요?
“2018년 11월 관리 주임(교대 근무)를 시작으로 2019년 12월 주택관리사(보) 자격증 취득 후 2020년 4월부터 현재까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처음 주택관리사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근무 여건이 많이 바뀌었지요?
“공동주택관리법은 갑질과 관련하여 바뀐 내용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입주민들의 의식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합니다. 어떤 아파트든지 입주민의 90%는 좋은 분들인 것 같습니다.”

▲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대구시회 공동주택 상생 포스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장기동 소장의 포스터 작품.

 

- 그동안 가장 보람 있었거나 기뻤던 일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관리사무소는 공용 부분에 대한 유지 보수 의무가 있습니다. 전유 부분(세대)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근무하는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는 전유 부분에 대해서도 서비스 차원에서 안정기 교체, 환풍기 교체 등 간단한 수리 사항은 저희아파트는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해결해 드리고 입주민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끼며 좋았던 것 같습니다.”

- 힘들거나 어려웠던 일은?
“집안에서 담배를 피워 밴 담배 냄새 문제나 층간 소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리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안내 방송이나 공고문 붙이기 등 제한적이어서 입주민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이 자주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주변에서 벌어진 사례들을 소개해 주세요.
“경비원에게 반말로 지시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경비실 휴게 시간인데도 근무지를 비웠다고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비실에서 매일 잔다고 민원을 넣기도 하고요.”

-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입주민의 인식 문제라고 봅니다. 경비원을 천한 직업으로 인식해서인지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100세 시대입니다. 60~70세에 퇴직을 하고 요즘 같이 개인사업이 어려운 때 딱히 할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습니다. 농담 삼아 ‘경비나 하지 뭐’ 하지만 요즘은 경비원 지원자도 연령이 낮아져서 40대도 많습니다.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비원을 좀 더 전문적인 직업으로 탈바꿈해서 선망의 직업이 된다면 입주민 역시 함부로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입주민이나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언론은 주로 관리사무소의 나쁜 이슈들을 부각해서 저희가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 관리사무소는 일부입니다. 대부분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오늘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관리사무소가 하는 일이 현 상태를 유지 보수하는 업무여서 입주민들이 보기에는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는 것으로 비칠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관리사무소를 1주일 정도만 비워두면 어떻게 될까요. 아파트 단지는 엉망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밤새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관리사무소를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힘이 나면 같은 일도 더 잘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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