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운무 쌓인 문경새재 시인이 된 것 같아요!”

  • 입력 2021.09.03 00:00
  • 수정 2021.09.07 10:27
  • 기자명 김윤자 객원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김성한 객원기자


'8월21일 아침. 비가 왔다. 2021 문경새재맨발페스티벌(문페) 행사가 있는 날인데 야속하게도 일기예보가 맞았다. 대구한국일보사랑산악회 회원 60여명은 오전 8시경 버스에 올랐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이라 많은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원이 참석했다. 고무적이었다. 역시 대구한국일보사랑산악회라는 뿌듯함을 느꼈다. 체온측정, 손소독, 마스크착용, 한자리 띄어 앉기 등 철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문경새재로 향했다. 버스 속에서 빗속 맨발걷기를 상상하니 “이 빗속을 걸어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라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문경새재주차장은 헐렁하게 비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대형버스와 개인 차량으로 북적거렸을 터, 코로나19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도 코로나19와 태풍의 영향으로 참석자가 줄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훨씬 사람이 없었다. 내년에는 ‘코로나 종식’이든 ‘위드코로나’든 우리의 일상이 정상화 되었으며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비옷을 챙겨 입었다.

▲ 사진-김성한 객원기자

 

문경새재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을 간직한 곳으로 제1관문에서 제3관문까지 7km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지만 우중 맨발걷기가 기대되었다.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한 색색의 우의와 우산을 쓰고 두 손에는 신발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대구한국일보사랑산악회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동 중에도 마스크 착용과 2m 띄어 걷기를 실천했다. 비가 내린 황톳길은 오히려 푹신푹신한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주변 환경은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제2관문에서 도착하자 주최 측에서 생수와 미숫가루, 마스크를 나눠주었다. “제3관문 완주 자에게는 완주메달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몇몇 사람들은 결의에 차서 올라갔다. 여성 회원들은 빗속에서도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문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이 오롯이 맨발걷기만 진행했기에 나만을 위해 걷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빗소리, 개울물소리, 아름다운 자연, 지인들과의 담소 등 특별한 추억을 가슴에 새겼다.

▲ 사진-김성한 객원기자

 

맨발걷기를 하면 좋은 점은, 발을 자극하여 뇌가 유연해진다. 발바닥은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발을 자극하면 인체가 조화롭게 움직이도록 뇌에 정보를 보낸다. 신발을 신고 걸으면 활성산소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 전압을 상승시킨다. 맨발걷기는 혈액정화 효과가 있다. 단 10분만 맨발걷기를 해도 몸은 좋은 에너지로 급속 충전되고, 혈액은 맑아진다. 햇빛을 쐬면서 걸으면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이 방출되어 밤에는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전환된다. 맨발걷기는 만병통치약이라 할 수 있다.

▲ 사진-김성한 객원기자

 

4년째 문페 참석으로 맨발걷기 체험을 통해 장점을 알게 되었다. 운무에 쌓인 문경새재 산길에서 나 홀로 서 있으니 문득 없던 시심도 생기며 시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맨발에 느껴지는 황토의 촉촉함과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마음은 차분하고 고요해지면서 무아지경에 이르는 것 같았다. 우중 맨발걷기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