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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일단 시작 작가의 길 열어 간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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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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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세이 펴낸 대구경북 청년들


대구ㆍ경북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13명이 여행작가로 새롭게 탄생했다. 대구시와 협동조합시인보호구역의 ‘여행스케치 청연’ 청년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청연은 ‘맑고 깨끗한 인연’이라는 의미로 ‘청년’과도 의미가 맞닿아 있다. 이들이 프로그램을 마감하면서 공동으로 펴낸 에세이 책 이름도 ‘여행스케치 청연’이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100여일 동안 글쓰기와 사진 교육을 비롯해 대구와 경주, 영천, 영주 등 대구경북 지역의 명소를 함께 여행하며, 작가로서 소양을 쌓았다.

책에는 이들이 함께 여행을 다니며 보고, 느낀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덮치기 전 각자 해외를 누볐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자전거 국토 종주와 호주 워킹홀리데이, 네팔 여행, 대구와 경주, 영주 부석사 등 함께 여행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50여편이 실렸다.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대표는 “청년들이 작가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참가자들은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으로 작가 지망생, 클래식 연주자, 취업준비생, 전직 유튜버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다. 쳇바퀴처럼 흘러가는 직장생활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보고 싶다는 의욕도 있었다.

반장을 맡았던 정희도(38)씨는 대구 북구의 한 청소년문화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평소 자신의 블로그의 일상을 공유하며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정씨는 “블로그에 낙서처럼 글을 쓰곤 했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배우면서 평소 꿈꿨던 작가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다”며 “내 이름이 올라간 책을 손에 들었을 땐 마치 생일선물을 받은 것처럼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한 때 유튜버로 활동하기도 한 배성우(31)씨 역시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 다니다 이 곳으로 왔다. 배씨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직장생활을 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얽매여 사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주체성을 가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께 여행 다니며 새로운 추억도 쌓았어요
참가자들은 조를 나눠 함께 여행을 다닌 뒤 개인, 공동 에세이를 작성했다. 이들은 대구와 경주, 영천, 영주 등 대구경북의 지역 명소를 함께 누볐다. 단순히 잠시 스쳐 지나가듯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이 동행해 의미를 더했다.

여행을 다니며 평소에는 특별히 관심 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대구 대표 관광 명소 수성못이 일제강점기 한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고, 유교의 본산 영주 소수서원에 불교 양식의 구조물이 남아있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눈으로 보고 감탄사만 자아내는 것이 아닌 자세한 설명을 함께 들으면서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았다.

클래식 연주자 전민지(24)씨는 “몰랐던 사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며 “여행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새롭게 찾은 자신을 위한 시간들
여행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지연(28)씨는 이번 프로그램이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던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씨는 여행을 가면 장소나 함께 동행하는 사람이 중심이었지만, 이번 시간을 통해 스스로가 느낀 감정이 먼저고, 내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예전에는 여행을 갈 때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따라가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며 “하찮게 생각했던 국내 여행의 색다른 매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엿한 작가가 됐지만 여전히 글쓰기가 녹록지는 않다. 단순히 있었떤 일을 나열하듯 쓰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자신이 느낀 감정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표현 방법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SNS 여행작가가 꿈이라는 장혜원(24)씨는 “다른 사람을 흉내내지 않고 나만의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것을 보더라도 하나의 포인트를 잡아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씨 역시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사물이나 풍경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저마다의 꿈과 목표를 위한 원동력으로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이들에겐 저마다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끈끈한 동료애는 덤이다. 혼자였다면 감당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미션은 서로 격려를 통해 이겨냈다.

이들은 이번 책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들의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하고, 언젠가 나올 새로운 책을 위해 꾸준히 공부해 나가겠다는 이들이다. 글쓰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단 시작해보라”고 추천했다.

“글쓰기도, 여행도 일단 무작정 시작해보세요. 그렇게 하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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