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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아름다움에 갇힌 5박6일 ‘행복 광합성’ 여행

삶은 여행 2020년 여름 울릉도·독도

  • 입력 2021.08.13 00:00
  • 기자명 권영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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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나라 스페인, 그 중에서도 바다와 접해 있지 않은 마드리드에서 그 태양을 제대로 즐기려면 광장으로 나가야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웬만한 햇빛은 양산이나 모자로 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해가 비치는 쪽을 따라다니며 그 따스함을 즐긴다. 아무래도 스페인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식물처럼 광합성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식물이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산소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

- 손미나,「스페인 너는 자유다」중에서

 일상이 코로나19 팬데믹에 갇혔다. 아니 팬데믹이 일상이 됐다. 에너지와 자유를 충전하는 ‘인간 광합성’이 필요하다. 장기화 일상화하는 코로나19 속에서 갇힘과 격리의 우울을 날려버리고 기분 좋은 생각과 웃음을 채우고 싶었다. 태양의 나라 스페인 대신 동해 한가운데 울릉도를 택했다. 

 떠나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설렘이다. 즐겁고 신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울릉도는 25년 만에 두 번째 방문이다. 유치원생이던 두 아들과 함께 처음 성인봉을 올랐었다. 그때는 포항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후포항 출발이다. 장정이 된 큰아들, 여동생, 남편과 함께 성인봉을 기대하며 떠난다. 나는 독도가 처음, 남편은 여러 번이다.

 ◆2020년 8월 3일
한 가득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로 후포항은 엄청 붐볐다. 경북이 주소지인 사람들은 경북 여행 할인제도가 있어서 배표 살 때 활용했다. 사동항에 도착하면 울릉도에 사는 지인이 캠핑장을 안내해 주기로 했다.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지인을 기다려서 안내 받은 곳이 사동해수욕장. 캠핑장, 해수풀장 등 부대 시설 이용은 모두 무료다. 도착과 동시에 텐트를 설치하고 성인봉 산행에 나섰다. 섬의 남동쪽에서 출발해 섬의 북쪽까지 가로지는 코스. 성인봉 입구까지는 택시를 탔다. 본격 산행의 시작. KBS중계소를 지나 정상을 향했다. 덥고 힘들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팔각정을 지나 드디어 성인봉.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한복판이자 산의 정상.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트인 풍광이 가슴을 쓸어주며 압도했다. 잠시 별세계에 와있는 듯 시선은 끝없이 아득해졌다. 신령수, 나리분지를 거쳐 섬 북쪽 캠핑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버스를 탔다. 나름 정상 정복의 기쁨을 가슴에 안고 무사히 하산했다. 첫날의 뿌듯한 마무리.

 



◆8월 4일
 텐트 속 첫날밤은 바다랑 오징어배 불빛을 베개 삼았다.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배의 불빛들이 장식한 추억의 밤이었다. 날이 밝았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독도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먹으며, 택시를 예약하니 택시가 없단다. 여기저기 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지만 받지도 않는다. 마침 옆집 손님이 타고 온 택시에 합승을 부탁해서 같이 가게 됐다. 먹던 아침을 덮어둔 채 저동항으로 달렸다.

 터미널에서 배표를 사는데 날씨가 좋지 않단다. 왕복 3~4시간 소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정박할 수 있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난생 처음 가는 독도. 기대와 설렘으로 ‘시스타5’호에 승선했다. 파도가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접안이 쉽지 않을 것 같다. 1시간 30분 가량 달리는 배가 파도에 크게 흔들렸다. 멀미하는 사람이 많았다. 선장의 안내 방송. “당일 파도 사정에 따라 선착장에 접안이 가능한 경우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독도 경비대가 거수 경례로 우리를 마중했다. 접안이 불가능할 경우 해상에서 선회 관광을 한다고 한다. 접안 시도에 가슴이 두근두근. 여기까지 왔으니 제발 독도 땅을 밞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했지만, 결국 오늘은 접안 불가. 배가 잠시 머문 곳에서 모두들 태극기를 들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또 언제 볼까나 싶어 눈에 담기에 정신이 없었다.

 



 “행사 관계로 몇 번 왔지만 정박을 못하기는 처음이네. 그런데 독도는 배로 둘러보는 게 더 이뻐.” 남편의 설명에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한 컷 한 컷 열심히 우리 땅 독도를 폰에 담았다. 실제 가서 보는 독도의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자연의 신비에 감탄할 뿐 표현할 말이 막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되돌아오는 길. 파도는 더욱 사나웠다. 파도랑 물의 압력 때문인지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 파편이 우리 좌석 앞까지 날아왔다. 창문 가까이 있던 몇 사람은 파편으로 이마에 피가 났다. 밴드로 임시 방편을 했다. 산산 조각난 유리 파편들이 흩어지면서 실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멀미로 자리에 누운 사람들이 즐비했다. 무서웠다. 한순간에 사고가 이렇게 나는구나 싶었다. 무사히 저동항에 도착하기를 기도했다. 나도 모르게 두 손 모았던 순간들. 처음 나선 독도 여행은 스토리가 많았다. 쾌속선은 파도 거센 망망대해를 달리고 달려 저동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여객 터미널에는 다음 차례 여행자들이 인산인해였다.

 렌터카로 다음 목적지인 관음도랑, 천부해중전망대, 예림원 등을 편안히 둘러보며 시간여행을 즐겼다. 관음도는 깍새섬이라고도 불린다. 그날따라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계단을 오르는데 무척 힘들고 더웠지만 섬 풍광은 단연 명품이었다. 아름답고 신기하기도 한 섬들이 빚어낸 경관은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오늘은 텐트에서 잔다. 오늘이 텐트에서 마지막 밤인 셈인데 폭우가 쏟아졌다. 텐트를 다시 옮기면서 잠을 설쳤다. 밤이 헝클어졌다.

◆8월 5일
 

 


캠핑장 텐트를 다 정리하고 마지막 날은 숙소인 펜션으로 가서 잔다. 봉래폭포랑 독도 전망대, 해도사, 독도박물관, 행남트레킹으로 마지막 일정이 빡셌다. 독도박물관은 1997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토 박물관. 독도의 역사와 자연경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무료 입장.

 도동 약수공원 입구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니 독도 전망 케이블카가 보였다. 숨이 차오르며 전망대 도착해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혔다. 렌터카를 반납하고 군청 앞에서 울릉도에서 유명하다는 따개비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 날 울릉도 행남트레킹이 멋졌다.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사진도 찍고, 파도랑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었다. 이슬비 속에서 맘껏 걸었던 트레킹 코스, 강추였다. 편안한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8월 6일
 아침 기상과 함께 안내 문자가 왔다. 오늘은 풍랑과 비바람 탓에 배가 올스톱이란다. 바다에는 예기치 않은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모든 배들이 정박한 항구 풍경은 장관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장면 그대로였다.

 잔뜩 흐린 날씨와 몰아치는 파도는 풍경으로는 일품이었다. 갑자기 하루 더 묵어야하는 상황에서 깃대봉을 올라가기로 했다. 투막집에서 직진 방향은 성인봉행, 오른쪽이 깃대봉가는 길이다.
울릉군 북면 깃대봉은 요즈음 뜨고 있는 관광명소. 나리분지 북쪽향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 중 하나로 높이는 605.6m다. 송곳산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주민들은 석봉뒷산으로 부르는데 정비 과정에서 느닷없이 깃대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해안선을 끼고 자리잡은 봉우리를 내려다보는 절경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리분지와 미륵산, 성인봉 등도 조망 가능하다. 울릉도 최고의 조망지가 아닐까 한다. 산책로가 정비되면서 등산코스는 울릉도의 대표명소로 자리 잡았다. 짙은 숲향을 맡으면서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힐링 구간이다. 강추.깃대봉 정상에서는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동안 산행을 많이 했지만 그렇게 센 바람은 처음이었다. 일제히 정박한 배들과 바람이 만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정상에서 멋진 장면들을 눈으로 담고 하향길은 풀숲을 헤치며 표지판만 보고 걸었다. 낯선 길을 한참 걸으니 가수 이장희씨가 운영한다는 ‘울릉천국’이다. 송곳산 방향으로 내려왔다. 깃대봉 코스는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걸을 수 있을 만큼 난이도 낮은 길이다.
 
 울릉천국에는 잘 다듬어진 휴식공간과 조각품들이 예쁘게 진열돼 있다. 옛 가수들의 음악 소식들도 전시돼 있고 찻집이랑 잘 다듬어진 잔디들도 발걸음을 당긴다.

◆8월 7일
아침부터 부산한 움직임들. 숙소에서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서 사동항으로 향했다. 하루 연착한 배편 탓에 사동항은 대기 승객들로 가득 찼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꼭 하느라 힘도 들었다. 풍랑으로 하루 더 머문 울릉도 여행이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비바람 속에서 텐트 숙박을 한 잊을 수 없는 여행. 자연이 만든 풍경의 신비한 아름다움에 압도된 ‘에너지 광합성’ 여행이었다. 자연의 이변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또 한 번 배운 여행이기도 했다.

권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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