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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하청업체, 계약기준 미달 시멘트로 보수공사

<포스코 입찰비리 판결문 들여다보니>

  • 입력 2021.07.15 00:0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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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 조사를 받던 제철소 간부의 극단적 선택으로 경북 포항지역 사회와 철강업계를 들썩이게 한 포스코 하청업체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업체 대표와 포스코 직원들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경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하청업체 대표는 수년간 포항제철소 내 설비 보수공사를 하며 저가의 저질 시멘트를 사용해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고, 포스코 직원들은 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하청업체는 국내 철강업계 2위의 현대제철에도 포스코에 저질렀던 수법으로 직원을 매수하고 담합을 주도해 수억 원의 공사를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질이 떨어지는 만큼 가격도 크게 저렴했다. 기준대로라면 제품 원가는 1㎏에 8,000원이었지만, A사가 쓴 제품은 1㎏에 3,200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까지 이 같은 기준 미달의 값싼 시멘트를 사용했고, 47차례에 걸쳐 10억3,600여만 원의 공사비를 받았다.

14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등에 따르면 포항지역 설비수리업체 A사의 대표 B씨는 사위이자 회사 감사인 C씨와 2017년 2월부터 포항제철소 내 고로 보수공사를 하면서 계약기준에 못 미치는 저가 시멘트를 썼다. 압축강도 160 이상의 제품을 써야 했지만, 이보다 훨씬 강도가 떨어지는 115짜리를 사용했다.

A사는 2019년 3월 수주해 시공한 4억1,200여만 원 상당의 포항제철소 내 설비 개선공사에도 저질 시멘트를 썼다. 계약 기준대로라면 1,200도의 열을 견디는 제품을 사용해야 하지만, 400도까지 견디는 제품으로 공사했다. 사용온도 1,200도의 원가는 1㎏에 8,000원이었지만, 이들이 쓴 시멘트 원가는 2,216원으로 4분의 1 수준이었다.

A사 대표 B씨와 사위 C씨는 제철소 내 각종 공사를 따내기 위해 포스코 관련 부서 직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 입찰 정보를 빼냈다. 특히 B씨 등은 포항제철소 내 500만 원 이하 소액 공사는 해당 부서가 직접 경쟁입찰을 실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설비 보수를 총괄하는 부서 직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전 파트장 D씨는 350만 원, 과장 E씨는 700만 원을 각각 건네받았다. 주임 F씨는 765만 원 상당의 술접대를 받았다.

B씨 등은 포스코 공사를 수주하는데 경쟁사 두세 곳도 들러리로 끌어들여 구색을 맞췄다. 이 같은 방법으로 A사는 2016~2019년 18차례에 걸쳐 8,500만 원 규모의 공사를 낙찰받았다.

현대제철 고로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뿐만 아니었다. A사는 철강업계 2위인 현대제철이 발주한 공사에도 경쟁사들과 담합해 일감을 따냈다. B씨 등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직원을 통해 보수공사 입찰 예정가가 1억7,000만 원임을 알아낸 뒤 예정가보다 낮은 1억6,980만 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또 경쟁사에 들러리 입찰을 유도해 49차례 걸쳐 1억5,000여만 원어치의 입찰을 방해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최누림 판사는 사기와 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B씨 사위이자 회사 간부 C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포스코 전·현직 직원들과 현대제철 직원, 입찰에 들러리를 선 업체 관계자 등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B씨는 장기간 범행을 주도했고 상당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복구한 점과 입찰 방해 정도가 경미한 점을 고려했다”며 “포스코 직원들은 부정한 청탁과 금품을 받은 뒤 입찰을 방해해 죄질이 나쁘지만 소극적으로 금품을 받은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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