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민기자역사의 흔적도풍경, 인심도 깊은칠곡의 재발견

칠곡 애국동산 ~ 신동성당

  • 입력 2021.07.03 00:00
  • 기자명 이정호·권상주 시민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사람 사이가 닫히고 발이 묶일수록 여행은 버킷 리스트 1순위다. 코로나 시대 여행지는 가깝고 안전한 곳일수록 좋다. 칠곡군으로 나선 이유다. 칠곡은 대구 근교에 있어 대구 사람들에게는 그냥 점심 먹으러 가는 곳이거나 친구랑 차 한잔 하러, 바람 쐬러 가는 곳이기 쉽다. 칠곡은 결코 그런 곳만이 아니다.
6월 호국의 달 칠곡 여행은 애국동산에서 시작한다. 순국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하는 순간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한다. 애국동산에서 왜관철교를 내려다본다. 6·25전쟁 낙동강전투 최후의 보루. 전투의 치열함을 상징하는 끊어진 철교는 덩그러니 강을 건넌다. 안타까움을 안고 동산재로 발길을 옮긴다.
 

 

동산재와 한때 한옥 400여채 매원마을
동산재는 칠곡 정신문화의 근간이 되었던 광주이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이다. 솔숲으로 둘러싸인 고택이 멀리서 보아도 눈에 뜨인다. 고택 앞 연못에는 백련이 피기 직전이다. 백련이 피면 그 꽃으로 광주이씨 가양주 설련주를 담근다.
동산재는 낙촌공 이도장 선생의 덕행을 기려 만든 낙촌정과 그의 아들 문익공 이원정을 기린 경암재, 장손 이담영을 기린 소암재가 한자 품(品)자 형태로 배치돼 있다. 담벼락 뒤로 울창한 송림이 에워싸고 있어 한눈에도 명당이다. 영남 유생 200~300명씩 와서 재를 지냈다고 한다.
동산재를 나와 매원마을로 향한다. 한때는 한옥이 400여채가 넘었으니 위세와 품격이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뒤쪽 솔숲길을 걸어보면 절로 힐링이 된다고 한다. 후손 이기진 선생의 설명이다. “매원마을은 6·25로 한옥 여러 채가 부서지는 수난을 겪었는데 현대화를 거치면서 현대식 건물과 교회가 들어섰습니다. 이때문에 아쉽게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마을 한가운데 ‘기쁜 비가 오는 집’이라는 희우당에서 정재우 선생을 만났다.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를 매원마을에 퍼트리고자 쥐방울 넝쿨을 심어 씨를 받고 기린초를 키우고 초피나무에 애정을 담는 천상 ‘나비 애호가’다.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지천지 낙화담이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이혜림 선수도 이곳에서 훈련을 한단다. 수상스키 입문과정을 배울 수 있고 스피트보트를 타면 지천지를 두 바퀴 시원하게 돌아준다.
 

 

칠곡할매 만난 뒤 바나나 막걸리 시음
약목시장 옆 천변 한쪽에서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만들어졌고 그 할머니들의 글씨체가 개발된 칠곡할매 벽화거리로 향한다. 주차를 하고서 시원한 미숫가루와 냉커피를 한잔하며 잠시 쉬는 시간. 칠곡에서 칠곡(七穀)을 섞은 재료로 피자를 구워 낸다. 누룽지 한 조각은 덤. 시골인심이다.
할매들은 소박한 시골여학생과 새댁, 어머니의 모습으로 토닥이듯 위로의 말을 전한다. 시골 벽화에 현대 기술을 접목해 큐알코드를 찍으면 할매들이 육성으로 읽어주는 시를 들으며 걸었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 옛날 장 한켠 탁배기(막걸리)집을 지나 옛날 우시장터 벽에 적어놓은 누렁소 교배 날짜를 보며 오래된 것들이 잘 보존되기를 바랐다.
이번에는 칠곡양조장으로 칠곡의 명물 바나나 막걸리를 맛보러 간다. 바나나를 넣었다고 바나나 막걸리가 아니라 발효과정 중에 자연히 나오는 풍미라고 한다. 호괘한 주인 할머니는 “항아리 꿔멘 거 봤나”하면서 안쪽 장독대로 안내한다.


신동성당 옹기 신부상과 산양·면양 목장
멀리서 보았을 때 황토색 종탑과 벽들이 유럽풍이었는데 들어와 보니 앙증맞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옹기로 만든 김대건 신부상. 김수환 추기경의 부친이 옹기쟁이였는데 옹기로 만든 동상을 볼 수 있어 기뻤다. 가톨릭이 핍박받을 때 신부와 수녀, 신자들은 옹기를 구워 팔아 연명했다.
성당 뒷길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면 탄성이 절로 터지는 곳, 3만평 규모 산양과 면양 목장이다. 풀베기를 하던 주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잠시 후면 양몰이를 구경할 수 있단다. 시간을 잘 맞추어 갔구나.
여행은 집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낯선 곳 첫길에 마음의 넓이를 넓히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키우며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배우는 모든 것들이 다 여행 아닌가.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