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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노숙인 술자리·숙소’ 돼버린 도심 상가 골목 쉼터

대구 교동귀금속거리 공용화장실 옆 쉼터‘

  • 입력 2021.07.02 00:00
  • 기자명 최유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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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 있는 풍경.
대구 중구 교동귀금속거리 공용화장실 옆에 등받이 없는 벤치 5개가 길게 놓인 간이 쉼터가 있다. 천장에는 유리를 얹었고 뒷벽을 제외한 좌우와 전면은 틔어 있다. 상가 입주민과 귀금속거리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중구청에서 마련한 휴게 시설이다.
원래 이곳은 작은 화단이었다. 꽃과 나무 사이로 다른 풀들이 많이 자랐다. 화단은 어느새 모여든 길냥이와 주변 상가에 사는 강아지들 차지가 됐다. 웃자란 풀과 배설물들로 화단이 지저분해지자 중구청은 화단을 치우고 그 자리에 지금의 쉼터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긴 쉼터였지만 벤치 주변에 쓰레기가 버려지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놓인 자리는 사람들이 피하게 되고 쓰레기는 더 늘었다. 쉼터는 쓰레기 차지가 되고 말았다.
주변 상인 등의 신고나 요청으로 쉼터는 집중 청소 구역이 됐다. 가끔씩 쓰레기가 버려지기는 하지만 쉼터는 깔끔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자 이번엔 노숙인들이 모여 들었다. 쉼터의 현재 상황이다. 해 지면 인적이 거의 끊기는 이곳이 노숙인들에겐 제격이었다.
노숙인은 한 명일 때도 있고 여러 명일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노숙인이 보이지 않는 날을 빼고 거의 매일 술판이 벌어진다. 그 중 한두 명은 아예 여기에 살림을 차렸다. 컵라면 등 세끼 식사를 여기에서 하고 바로 옆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다. 샤워까지 한다. 무심코 화장실을 들렀던 상가 주민이나 손님들이 기겁을 한다. 겨울에는 화장실 콘센트에 길게 전선을 연결해 전기 장판을 쓴다. 누전이나 합선의 위험이 크다.
중구청에 신고해도 별무소용. 노숙인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설 수용은 불가능하다는 것. 지난겨울 술을 먹고 자던 노숙인 한 명이 동사했다. 중구청이 수습했는데 유류품은 사유물이라 처리하기가 어려워 그대로 있다. 오늘도 오후 5시 무렵 노숙인 한 명이 술을 마시고 땅 바닥에 웅크려서 자고 있다. 노숙인에게도 기거하고 잠잘 곳이 필요하다. 다만 상가 거리라 손님들이 거북해 하거나 이미지를 해칠까 걱정이다.
주변 상가 사람들은 이곳이 야간에 인적이 드문 만큼 야간 조명을 더 밝게 하고 CCTV를 설치해주기를 바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이 쉼터를 지켜온 대구시민의 양식에 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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