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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통합신공항 독립·자율적 모델 돼야

기고 김성우 대구한의대 교수

  • 입력 2021.07.16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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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덕도신공항, 제2의 간사이 공항 될 것

현재 한반도 동남권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가덕도신공항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부산 시민과 문재인 정부의 참여세력들은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해상공항으로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700만 부산 시민과 경남 도민, 그리고 울산 시민의 염원이라 한다. 비행기의 24시간 운항이 가능하고, 가덕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권역의 조성이 가능하다는 기대 때문이다. 2008년 경남과 울산이 대구와 더불어 밀양을 신공항 예정지로 밀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입장에서, 경남·울산 주민들이 과연 이런 희망에 동조할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 여부다.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가덕도신공항은 인천공항 모델보다 간사이공항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수심이 15-20미터나 될 정도로 깊어 인공벽을 쌓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대한해협으로 돌출된 외해(外海)에 위치하여 바람과 해류가 거세며, 태풍의 진로에 위치하여 태풍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추산하는 신공항 건설 비용은 최소 12조8000억 원에서 최대 28조6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3.5km 활주로 하나를 설치할 경우 13조 원이, 두 개의 활주로를 설치할 경우 29조 원이 소요된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위원회는 건설 비용을 13조 원이라 추산하지만, 실제 경비는 29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개발 사업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현 집권세력이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에 쏟아질 비난을 눈 막음 하기 위한 분식의 혐의가 짙다. 활주로를 한 개만 설치할 경우 트래픽 잼이 발생하여 비행기의 이착륙이 원활하지 않거나 환승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교통 병목을 해소하는 방법은 2개의 활주로 확보다. 그 때문에 소요 경비는 4대강 개발 사업에 투입된 전체 경비[22조 원]보다 7조 원이나 더 들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350~500톤의 거대 중량의 비행 물체가 이착륙할 때 받게 되는 하중으로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 수심 17미터 내외의 심해를 메꿔 인공섬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필연적 업보다. 지반 보수 공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가덕도신공항의 연간 운영경비는 하염없이 늘어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여러모로 인천공항보다는 간사이공항의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공항 운영경비의 증가로 착륙료가 높아질 것이고, 운항료를 최소화하려는 항공사들은 취항을 기피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이 기피 공항이 될 가능성은 29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소요 경비에서 이미 드러나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5단계 공사가 모두 완료되는 2029년까지 총공사비용이 2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5개의 초대형 활주로, 연간 이용 승객 1억3천만 명을 예상하는 세계 최대 허브공항의 건설에 소요될 경비가 이 정도다. 그에 비해 활주로 2개, 연간 3천만 명 정도의 승객을 예상하는 ‘중규모급’ 가덕도신공항의 공사 비용이 인천공항보다 6조 원이나 더 든다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게다가 지반 보수를 비롯한 추가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가덕도신공항은 ‘돈 먹는 하마 공항’, ‘제2의 간사이공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의 유수 항공사들이 취항을 기피할 경우, 또다시 정부가 공항의 재정 적자를 메꿔줘야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금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서 공항 건설 비용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렇지만 같은 목적으로 추진하는 대구신공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가 없다.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 시민은 성골이고, 비판적인 대구·경북주민들은 4두품 이하 천민들인가? 국민을 이렇게 지역으로 갈라치기 하면서 대놓고 갈등을 조장한 정부는 일찍이 없었다. 2017년 이 정부가 출범할 당시 내세웠던 균등, 공정, 정의라는 지고지순한 민주적 가치에 대한 명백한 훼손이다. 이 정부에 의해 갑작스럽게 천민 신분으로 전락한 대구·경북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 또한 예상된다. 대구·경북 주민들은 공정과 정의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라는 점을 잘 아는 민주 시민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7일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폭주로 내달리는 독재 기차에 대해 서울과 부산 시민들은 철퇴를 내렸다.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가덕도신공항이 특혜를 입는다면, 다른 공항 또한 그러해야 마땅하다. 공정과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 모든 공항이 특혜를 받을 경우 공항 간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 것이며, 혁신은 어디에서 나타날 것인가? 경쟁과 혁신이 없는 공항은 온실 속의 공항, 생동감을 잃은 공항, 죽은 공항이 되어,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세계적 허브공항의 대오에서 탈락하고 말 것이다. 

◇ 대구공항의 놀라운 성공, 대구신공항이 이어가려면? 

이제 우리의 관심사인 대구신공항 문제로 다시 되돌아가 보자. 군위·의성에 건설될 대구신공항은 내륙에 위치한 탓에 해상공항인 인천공항이나 간사이공항을 모델로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건설 비용, 운영경비 등의 측면에서 두 공항은 대구신공항의 반면교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앞의 글에서 필자는 간사이공항이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반면, 인천공항은 ‘황금을 낳는 거위’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대구신공항이 과연 인천공항이 될 수 있는가?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현재 한반도의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여객 송출 2위인 김해국제공항의 국제선 기준B747 대형 여객기[좌석 330개]의 착륙료는 305만 원이다. 인천국제공항 착륙료[341만 원]의 89%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방공항 활성화 차원에서 착륙료를 10% 인하해 주었기에 가능한 금액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착륙료가 낮으면서 이용 승객이 많은 공항이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취항을 고려할 수 있다. 몇 개의 저가항공사가 허브공항으로 결정할 정도로 김해공항이 관심을 끈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결과 김해공항은 연 2,0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중규모’ 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중소형 여객기의 취항만으로도 일본 간사이공항의 연 이용 인원[3,000만 명]에 겨우 1천만 명이 부족한 건실한 공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에 따라 지방공항이 활성화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대구공항이다. 2012년 대구시는 ‘대구국제공항 활성화 조례’를 제정, 국제선 신규 노선을 취항하는 항공사에 대해 손실액의 일부를 보전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국내 공항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한국공항공사’도 대구시의 조처에 부응하여, 신규 취항 항공사에 대해 착륙료·정류료·조명료 등 시설사용료의 50%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2014년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대구공항에 둥지를 틀었고, 2016년 에어부산과 타이거에어가 추가로 취항했다. 

이전까지 3개의 국제노선[중국 베이징, 상하이, 선양]밖에 없던 대구공항은 대구시와 국토교통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제노선이 15개로 늘어났고, 이용 승객은 2013년 108만 명에서 2017년 3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용 승객들이 늘어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대구공항은 2016년 흑자로 돌아섰고, 2017년에는 6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현재 대구공항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8개 항공사가 베이징, 상하이, 도쿄, 오사카, 홍콩을 비롯한 동아시아 18개 노선을 운항 중이며, 연 680만 명[국내선 470만 명, 국제선 210만 명]이 이용하여 111억 원(2018년)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에 이은 4위권 성적이다. 

군위·의성에 들어설 대구신공항 건설에 소요될 비용은 8조 원가량이라고 한다. 가덕도 신공항 비용(29조 원)의 1/3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노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군위·의성은 경북에서도 대표적인 소멸 적신호가 켜진 농촌부 지자체이기 때문에 지가가 싸고, 내륙공항으로 설계된 탓에 건설 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착륙료를 비롯한 각종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고 또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중앙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국제선 대형 여객기의 착륙료를 대만 타이위안공항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3.5km 이상급 대형 활주로 2개, 대형 여객기 30대 이상 주기(駐機)할 수 있는 거대 규모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2016년 이래 대구공항이 보여준 놀라운 성공을 대구신공항에서도 충분히 이룩할 수가 있다. 

◇ 대구신공항, ‘동남권 관문 공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문제는 한반도 동남권 관문공항의 자리를 두고 대구신공항이 가덕도신공항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덕도신공항이 간사이공항의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구신공항의 활로가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평균 17미터 수심의 심해를 메꿔 인공섬을 건설해야 하는 탓에 건설비가 인천국제공항 5단계 공사에 들어갈 총경비[17조8천 억원]보다 무려 11조 원이나 더 투입해야 하고, 바람과 해류가 빠른 외해에 위치한 탓에 지반 침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태풍 진행 경로상에 위치하여 태풍 발생 빈도가 높은 8-9월에는 비행기의 결항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특별법을 제정하여 가덕도에 특수 지위를 부여했지만, 다른 지방공항과 대비되는 특혜를 이 공항에만 몰아주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수는 없다.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다른 지방공항에도 부여하든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약속한 특혜를 줄여야 한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지방공항에 모두 파격적인 특혜를 줬다가는 과다 재정 지출로 인해 중앙 정부가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1년 뒤에 들어설 새 정부는 진보든 보수든 할 것 없이 가덕도신공항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하거나 낮출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수심이 깊고 외해에 위치한다는 태생적 업보를 안고 있는 가덕도신공항은 추가로 투입되는 운영경비를 만회하기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경우 저가항공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항공사의 비행기 취항이 어려울 수 있다. 간사이공항처럼 이용 승객이 예상에 크게 못 미쳐 적자 공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대구공항이 인천공항을 모델로 하여 선순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반면, 가덕도신공항은 간사이공항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동남권 관문 공항의 자리는 대구신공항이 차지할 확률이 높다. 대구·경북의 주민들이 대구신공항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공항으로 성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016년 ‘김해신공항 확장안’에서 제시한 김해공항의 ‘부속 공항’으로 설계된 대구신공항의 위상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세계공항협회가 인정하는 ‘중규모급’ 공항, 곧 연 2천만~3천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건실한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답이다. 다음 호에서는 마지막으로 ‘중규모급’ 대구신공항 개항 이후 대구·경북이 감당해야 할 책무와 미래비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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