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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보다 트롯을 좋아하는 이유

  • 입력 2021.07.16 00:00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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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민요는 가장 한국적인 소리다. 그럼에도 메인 무대는 트롯에게 내줬다. 기교에 있어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음에도 트롯을 밀어내고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사람은 없다. 트롯은 주류인 반면 두 분야는 여전히 마니아층이 즐기는 음악이다. 왜 한국인들은 가장 한국적인 음보다 트롯을 더 즐기는 것일까? 단순히 현대적이고 오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악기의 역사를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서양 악기는 소리를 키우는 방향으로 개선이 되어왔다. 그 기술적 여정에서 피아노는 가장 각광받는 악기였다. 소리도 크고 음도 정확했다. 베토벤(1770~1827)은 작곡가이면서 동시에 가장 적극적인 피아노 소비자였다. 피아노는 1709년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로 개발이 되었고, 100년 후부터 피아노 열풍이 불었는데, 베토벤은 이런 기술적 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다. 당시 개발된 피아노로는 도저히 연주가 불가능한 곡을 만들어서 거꾸로 악기사를 압박했다. 악기 제작사는 베토벤의 압력 때문에 피아노의 기술적 측면을 업그레이드시켰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피아노에 몇 발짝이나 더 바짝 다가서게 했다.
더불어 대규모 공연을 위해 오케스트라가 조직되었고 보다 많은 청중을 만났다. 그 상이 주류에서 밀려난 악기들이 있었다. 기타와 타악기였다. 현대음악에서 멜로디나 화성보다는 음향과 음색을 부각하는 추세라고 하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멜로디와 화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못 되거나 성량이 부족한 악기는 뒷방 신세로 전락했다.
음향 기술의 발달은 음악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타와 드럼을 앞세운 대중 음악이 득세했고, 가수들의 창법도 웅장한 성량을 추구하는 데서 벗어났다. 전통 성악과 비교해 말하는 목소리에 점점 더 가까워졌다. 우리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소리가 원래 성악에 비해 말하듯 노래한다고는 했으나 과거의 발성은 지금과 비교하면 다소 억지스럽다. 소리를 키우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 때문이었다. 이제는 판소리도 마이크를 잡는데, 과거처럼 우렁찬 소리를 무조건 최고로 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관객의 취향이 더 정밀해졌다. 친구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듯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보다 세밀한 감정과 감각이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그렇게 해내는 가수에게 더 큰 애정을 쏟는다. 요컨대, 판소리와 민요, 트롯이 비슷하지만 다른 이유는 바로 음향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셋 모두 한국인을 울리고 웃긴 소리지만 ‘현재’는 트롯에 더 많은 팬이 형성된 이유 역시 음향 기술의 변화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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