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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신 직구 불발탄' 무역베테랑 대구부시장은 패싱… 왜?

  • 입력 2021.06.22 00:00
  • 기자명 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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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출신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獨 무역업체 대표·메디시티 공동이사장
"미리 알았다면 초기에 중지시켰을 것"
"민주당 출신이라?" vs "신중하잔 의미"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구시가 사기 논란이 일고 있는 화이자 백신 도입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고의로 배제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독일의 자동화설비 수입업체 한국법인 대표 출신의 홍 부시장은 “미리 알았다면 초기에 중지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4월 말 대구 의료계를 대표하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로부터 3,000만 명분의 화이자 백신 도입 추진 상황을 전달받고 정부와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2009년 6월 대구지역 의사와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5개 직능단체와 4개 대학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대구한의대의료원, 의료산업 관련 기관 단체로 구성돼 의료 인프라 협업사업 발굴과 지원, 의료 선진도시 브랜드 창출, 의료서비스 개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4월 29일과 5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 공무원을 만나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보건복지부 권고에 따라 대구시가 시장 명의의 구매의향서를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 작성해 주기도 했다.

협의회는 화이자 백신의 공동 개발사인 독일 바이오엔테크를 통해 국내 백신공급을 추진했고, 대구시는 3,000만 명분을 3주 내 공급할 수 있다는 지역 의료계와 외국 무역회사 제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세균(오른쪽) 전 국무총리가 4월 27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구시는 극소수만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보안을 유지했다. 특히 메디시티대구협의회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는 홍 부시장을 보고라인에서 배제하면서,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 부시장의 정보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이는 정부의 백신 정책에 부정적인 권영진 대구시장 측이 화이자 백신 도입 과정에서 민주당 출신 '게이트키퍼'를 세우지 않고, 여당 측에 알려지는 것도 꺼렸기 때문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능한 정부야, 비겁한 전문가들아'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말 권영진 시장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사실이 공개된 뒤에야 홍 부시장에게 진행 과정을 알렸다. 홍 부시장은 평소 메디시티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개발과 지원사업에 앞장서왔기 때문에, 협의회 관련 현안에서 배제된 데 황당하고 안타까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홍 부시장은 1992~2013년 20여 년간 독일 의료기기와 공장설비 등을 수입하는 크로네스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낸 터라 민간의 백신 도입 추진에 결정적인 훈수를 둘 수 있었다. 홍 부시장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민간 무역회사를 통해 화이자 백신 도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진작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4월 말 정부에 설명토록 하면서 백신 도입 추진에 좀 더 신중을 기하자는 의도였지, 일부러 홍 부시장을 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합동감사반은 다음 달 2일까지 대구시의 화이자 백신 구입 예산지출 의혹 등 정기감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합동감사 예비조사에서 백신 구입 예산은 지출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본감사를 통해 이중으로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의락(오른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7월 1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국민의힘 소속인 권영진 시장의 권유를 받고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맡은 홍 부시장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의 민주당 교두보 마련 역할을 해 달라는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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