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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꽃향기로 기억되는 아름다운 경험 ‘입덧’

김인혜 '아름다움을 권하다'

  • 입력 2021.06.07 00:00
  • 수정 2021.06.07 15:46
  • 기자명 김인혜 수미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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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혜 수미원 대표

 

입덧은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신체적 경험이다. 남성들에게 입덧을 설명하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전날 폭음으로 숙취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아침 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어 앉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
입덧 증상은 드라마에서도 자주 표현된다. 갓 결혼한 새댁이 음식을 먹으려다 ‘우웁’ 하고 속의 메스꺼움을 표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뒤에는 임신을 축하한다며 기쁘게 웃는 장면도 함께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묘사하기 힘들다. 입덧이 심해서 죽을 만큼 괴롭다는 이들도 있다. 할머니들 세대에서는 입덧을 없애기 위해 담배를 배우는 새댁들도 있었다. 독한 담배로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속이 쓰리면 입덧은 자연스레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입덧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제품과 식품들이 나왔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찾아온 고객들이 얼마 후 자연스럽게 임산부 고객으로 변신해 찾아오다 보니 입덧에 대한 관심이 끊어질 수 없다. 출산을 앞둔 고객과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 사회가 여러 면에서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10여년 전 출산 때문에 입덧을 심하게 한 터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입덧은 임신초기에 가장 심하고 중기로 넘어가면서 서서히 없어진다. 입덧을 겪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필자처럼 임신 말까지 입덧에 고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시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꺼리게 된 것은 물론 음식 냄새만으로도 입덧이 나와서 정말 괴로웠다.
입덧이 심했던 나에게 큰 위안이 된 것은 친정아버지가 방 한켠에 가득 채워준 라일락꽃 향기였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꽃향기가 입덧으로 고생하던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입덧에 대한 치료나 다름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가족의 따뜻한 배려가 꽃향기로 위안을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플래시보 효과일 수도 있지만 당시 심한 입덧을 진정시켜 준 것을 보면 가장 효과있는 치료법이었다.
생명의 탄생 과정인 입덧은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하는 가시밭길과 같다. 입덧이 심한 임산부는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 배려는 다름이 아닌 주변인들의 따뜻한 관심이다.
몇 해 전 입덧이 심한 직원이 있었다. 입덧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은 물론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워 퇴사까지 하고 말았다. 당시 직원은 입덧에 좋다는 것을 다 시도해봤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친정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이 가장 큰 치료책이었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당시 주위에서 조금만 더 따뜻하게 배려해줬다면 그 직원의 마음이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덧은 여성들에게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이기 때문에 동료애로 배려해야 한다.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남성이다. 부인이 입덧 중인 남편이라면 자신의 아이를 소중하게 키워 내느라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괴로움을 견뎌내고 있는 부인의 속을 헤아려야 한다. 나 또한 가족들의 배려로 평생 잊지 못할 라일락 향기를 가슴에 품었다. 임산부들의 고민을 받아주다 보면 입덧 자체보다 주변인의 관심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주위에 임산부가 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보자.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가 입덧의 가장 큰 치료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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