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모발 기부 왜 하냐고요? 젊으니까, 뜨거우니까, 사랑하니까!”

모발기부하는 대학생들

  • 입력 2021.06.07 00:00
  • 기자명 이채연 인턴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발 기부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부라고 생각해요.”


소아암은 아동 질병 중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1200여명이 걸린다. 이들은 항암치료를 진행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고, 주위의 시선 등으로 정서적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향균처리가 된 환자용 인모 100% 가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지만 가격이 만만찮다.

머리카락 기부가 필요한 이유다. ‘어머나운동본부’에서는 25cm 이상의 머리카락을 기부받아 특수가발을 제작해 소아암 환자에게 전달한다. 모발 기부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만나 기부를 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겪는 어려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에는 기사를 정리한 이채연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를 비롯해 김다현(25ㆍ경북대 지구과학교육), 최예나래(22ㆍ대가대 사회복지학), 함상우(19ㆍ대가대 산업디자인), 김신오(31ㆍ영남이공대 간호학)씨 등이 참여했다.

이 인턴기자는 2년 전 어머니의 권유로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하고 현재까지 머리를 기르고 있다.


- 기부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김신오: 평소 모발이 건강했던 점, 머리숱도 많고 늘 긴 머리를 유지해오던 점에서 '내가 딱 최적화된 기부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함상우: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의 영향을 받아서 나도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왔어요. 입대하기 전까지 열심히 길러서 기부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군복무를 시작하고 싶어요.
최예나래: 어릴 때부터 머릿결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고, 내 건강한 모발이 아이들에게 좋은 가발이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김다현: 고등학교 재학 중에 주변에 모발기부를 하는 사람을 보고 동참하게 되었어요.
이채연: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오랫동안 길러온 내 머리카락이 누군가에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했습니다.

 


- 주변의 반응은?
김신오: 크게 공감하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기는 해요.
함성우: 부모님께 모발기부를 위해 머리를 기르겠다고 말씀드리니, 아버지께서 별스럽다는 반응을 하시더라구요. 주변 친구들 반응도 시큰둥해요.
최예나래: 대단하다고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아니꼽게 보는 시선도 좀 있었어요. 주기적으로 모발 기부를 위해 머리를 기른다고 하니 별나다고 말하는 애들도 있었구요.
이채연: 머리를 기부하고 SNS에 올렸는데, 대단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제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소아암 환우를 위한 모발기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 주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상우: 별나다는 시선보다는 봉사하는 사람을 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최예나래: 모발기부는 코로나 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봉사라고 생각하거든요. 남과 함께하지 않고 충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기부니까 같이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김다현: 저도 마찬가지로, 모발 기부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봉사니까, 친구들에게 함께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 나에게 기부 마인드를 심어준 ‘기부 스승’이 있다면?
김신오: 대구의 의료인·보건인들 중 모발기부를 하셨다는 분들의 뉴스를 자주 접합니다. 그 분들이 제 기부 멘토들이십니다.
함성우: 저희 어머니와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요. 어머니는 짜장면 장사를 하시는데, 항상 손님들께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노력하세요. 베푸는 게 습관인 사람이라고 할까요. 또 제가 어릴 때 ADHD가 심했는데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때, 저에게 더불어 나누는 삶이란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셨어요.

 


- 힘들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김신오: 기부하고 나면 짧은머리가 되는데, 스스로 단발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다시 기르는 동안 좀 애를 먹었어요.
함상우: 이렇게 길게 길러본 적이 없어요. 모발 관리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원래 염색을 즐겨했는데, 모발 기부를 위해 자제하고 있기도 해요.
최예나래: 모발 관리가 불편한 것도 맞지만, 그것보다도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별스럽다는 반응도 많고, 붙임성 좋은 할머니들은 초면인데도 “머리 길다. 잘라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김다현: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용하는 머리망을 써야 할 때가 있는데 머리가 길다 보니 망 안에 다 안 들어가요.
이채연: 25cm이상부터 기부가 가능하다 보니, 머리를 생각보다 많이 길러야 해요. 빠지는 모발의 양이 상당해서 바닥 청소를 자주 해야 합니다.

 


-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김신오: 탈락모를 모아서 기부하는 방법도 있고, 속머리를 가닥가닥 잘라서 기부할 수도 있어요. 머리를 자르지 않고 기부하는 방법이죠. 지금은 열심히 탈락모를 모으는 중이에요.
함상우: 앞머리가 눈을 가리기 시작할 즈음부터 너무 힘들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주변 여자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머리띠를 하고 모자를 쓰라고 조언해줘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편해요!

 


- 소아암 환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김신오: 힘내서 노력 중인 환우분들 마음속 깊이 응원합니다. 건강해져서 이겨내고 나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어떤 일들도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보호자분들도 힘내세요!
함성우: 제가 보낸 작은 응원이 환자분들에게 작게나마 용기가 될 거란 생각을 하면 마음이 뜨거워져요. 봉사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싶어요. 어린 친구들이 건강해져서 멋지게 살아가도록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최예나래: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우리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의 곁에는 우리가 항상 있어요. 사랑해요!
김다현: 어린 친구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겠지만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러분을 지키는 부모님부터 멀리서나마 작은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이채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환우분들과 가족분들에게 저의 모발이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은 한번도 못 봤지만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어린 친구들, 파이팅!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