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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가야산 소리길

비와 운무 자욱한 산의 정취물소리에 몸과 마음 씻겨 내리고

  • 입력 2021.06.01 00:00
  • 수정 2021.06.03 16:52
  • 기자명 조정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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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대 4기 5월 야유회. 행선지는 가야산 소리길. 사흘 째 내리는 비에도 고고싱. 2대에 나눠 탄 일행은 가야산 소리길 종합안내판이 있는 주차장에 내렸다. 굵고 가는 비가 번갈아 내렸고 자욱한 비안개와 운무가 산허리를 쓸어내렸다. 비와 비안개 사이로 펼쳐지는 산과 계곡, 길의 풍경에 참석자들은 이구동성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중 행사라 평소보다 적은 여덟 명이 모였지만 비 오는 가야산의 풍광과 소리길의 운취를 보고 듣고 젖게 된 것은 다시없을 행운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가야산 소리길은 물소리길이다. 맑고도 우렁찬 물소리가 뼛속까지 시원하다. 물소리에 실리고 이끌리다 마음속까지 씻겨 내린다. 걸어 보면 안다. 가야산 소리길은 물소리에 더해 숲소리길, 새소리길이다. 꽃소리에 더해 햇살소리, 바람소리길이다. 오늘은 빗소리를 더해 낭만적인 느낌 물씬했다. 오르는 길은 이 구간을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탔다. 시골버스 좌석에 앉아 차창 밖 계곡을 내다 보자 대체 언제 버스 타고 여행을 떠났는지 아득한 추억 여행의 옛 필름들이 폴라로이드 카메라처럼 풍경을 인화했다. 아름드리 소나무 휘어지며 늘어선 계곡 물길을 따라 걷는 내내 물소리에 섞이고 쓸려 하산길이 아쉬울 만큼 금방이었다.
가야산 소리(蘇利)길은 2011년 9월 대장경 세계문화축전 개막일에 맞춰 태어났다. ‘소(蘇)’는 ‘깨닫다, 깨어나다, 다시 살아나다’는 뜻이고 ‘리(利)’는 ‘이롭다’는 뜻이니 ‘우주만물과 소통하고 대자연과 교감하여 이롭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구도와 지계로 이르고자 하는 극락, 천당 등 이상향이나 진리의 세계를 나타내는 불교 용어다. 군민 공모로 가려 뽑은 이름이다. 가야산 소리길은 대장경 테마파크부터 해인사까지 약 7.2km다. 해발 고도 224m에서 614m에 이르는 다섯 구간으로 나뉘어 계곡과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걸어서 편도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가야산 19경 중 16경이 포함돼 있다.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시와 그림으로 풍광을 찬탄했던 홍류동 계곡 4km도 이 속에 이어진다.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계곡물을 붉게 물들인다 하여 홍류동이라 이름했다.

 
 

 

1경: 갱멱원(更覓源)-무릉도원을 상상하며 가야산을 바라보는 곳
2경: 축화천(逐化川)-계곡에서 흘러온 꽃잎을 따라 올라가는 곳
3경: 무릉교(武陵橋)-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다리
4경: 칠성대(七星臺)-북두칠성에 제향하던 곳
5경: 홍류동(紅流洞)-수석과 산림이 가장 아름다운 계곡
6경: 농산정(籠山亭)-최치원이 가야산에 들어와 수도한 곳
7경; 취적봉(翠積峰)-선인이 내려와 피리를 불던 바위
8경: 자필암(疵筆巖)-신선이 붓을 간추려 글을 적은 바위
9경: 음풍뢰(吟風瀨)-풍월을 읆는 여울
10경: 광풍뢰(光風瀨)-선경의 풍경이 빛나는 여울
11경; 완재암(宛在巖)-선경이 완연이 펼쳐있는 바위
12경: 분옥폭(噴玉瀑)-옥을 뿜듯이 쏟아지는 폭포
13경: 제월담(霽月潭)-달빛이 담겨있는 연못
14경; 낙화담(落花潭)-꽃이 떨어지는 연못
15경: 첩석대(疊石臺)-암석이 쌓여 있는 대
16경; 회선대(會仙臺)-선인이 모여 노는 바위


시골버스 속에서 어릴 적 소풍 가던 전날의 설렘 같은 게 살아났다. 이렇게 자욱이 비에 젖은 가야산의 풍광과 운취를 보려고 며칠 전부터 조금씩 설렜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싸주시던 김밥과 계란에 과자며 유리병에 담긴 음료수까지 가방에 넣고 나면 제법 무거웠다. 낑낑거리며 가방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줄까지 맞추어 노래 부르며 걸어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새롭다.
점심으로 능이버섯국정식을 먹었다. 반찬 가짓수만 해도 30개. 능이버섯국은 신의 한수라고 하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시원하고 버섯향이 진했다. 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소릿길 걷기 시작. 비가 오다 말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했다. 물소리를 들으며, 흙탕물도 밟고, 숲속도 걸었다. 경지가 좋은 곳에서는 사진도 찍었다. 앞서가던 사람들은 숨고르기를 하며 뒤에 오는 이들을 기다려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소리 내어 웃고….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산허리에 걸친 운무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초록 아닌 연둣빛 숲속은 두 눈이 시원하고 머리가 맑아졌다. 선경을 잠시 건너온 듯한 느낌과 더욱 또렷해진 현실 감각이 뒤섞였다.
중간에 향기 좋은 커피 한잔의 여유도 가졌다. 유채꽃 개화 시기는 3~4월인데 어떻게 된 건지 유채꽃밭 천지를 만났다. 그 어느 유채꽃밭보다 드넓고 예뻤다. 이런저런 포즈로 찰칵찰칵.
2시간여에 걸쳐 소리길을 내려왔다. 다리가 좀 아팠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어릴 적 비 맞고 뛰어다니던 때의 기분이랄까. 하산주에 부추전은 금상첨화였다. 비 맞으며 하드 먹기. 오랫동안 기억날 것 같다.
저녁으로 고령 맛집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보통의 칼국수가 아니었다. 새싹 삼이 들어간 바지락칼국수. 비 오는 날 딱 어울리는 메뉴 선택이었다. 삼을 한 뿌리 먹어서인가 기운이 솟는 것 같았다.
헤어지기 아쉬운 분위기와 시간들. 피곤함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며 우리 한국일보 4기의 끈끈한 정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여행은 더 많은 동기님들과 함께 하기를 기대하며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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