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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고조(擬古調) 스승의 박타령에 부침

  • 입력 2015.05.14 00:00
  • 수정 2015.05.15 09:47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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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전선 이웃 없다

짝꿍부터 이겨야 한다

교실에서 시작된 구호가

이제는 형만 한 동생 없다

스승만 한 제자 없다.

 

놀부시대 구호도 가지가지

스승을 이기려는 제자들이

여기서 저기서 줄서기

재주가 미제이다

의리보다 실리를

신가루지기 타령이

명약 팔기에 신명이 났다.

 

놀부는 질색이지만 나는야

흥부 사촌도 별로 흥미 없어

단심가 흉내 내며

알아주지 않는 일편단심

서리 내리기 전 고향 가는 길 물으며

박 씨 속에선 박 씨밖에 나오지 않는다던

서은 선생 박타령 흥얼흥얼 숨찬 지명 고개

IMF 빚 보따리 이고 지고 아리랑 고갤 넘는다.

 

대를 이어 나오는 정상배

그 실력 날로 번성하건만

스승 닮은 시인은 씨가 멸종되고

부자되세요, 인사말 타락한 그 속마음

 

염소수염 쓰다듬으며 암! 그렇고말고

놀부 집 문전엔 똥개들만

우글우글 흥이 났구나.

 

*의고조 (擬古調): 옛 어르신의 말씀을 헤아리는 것.

 

소개

문재철은

 

 

1961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호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종합문예지“문화예술“에 글을 싣고 문단에 나왔다.

그간 각종 무크지 위주로 작품을 발표하다가 현재는

서은문학연구소와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 등에서

문예지도사 및 시낭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머물지 않는 바람” 외 다수

 

 

해설 / 안종준

일찍이 훌륭한 스승을 만나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일이 많다.

보고 듣고 익힌 깨달음이 겸손의 절개를 지키며 끊임없이

제 공부를 돌아볼 때 기어코 조각품은 완성하지 않는가?

색이 다르면 성격도 파장도 다르다.

빨강색은 파장이 길고 파랑색은 파장이 짧다.

제 색깔의 파장을 고유하게 지닐 때 색은 아름다운 제 모습을 갖춘다.

자신의 지식과 능력도 길고 짧음이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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