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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외계층

김숭열 사진이야기

  • 입력 2021.05.09 00:00
  • 수정 2021.05.10 14:34
  • 기자명 김숭열(아트렙네모/대구사진치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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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속된 단체에서는 매년 여러 형태의 문화예술사업에 공모한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선정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좋은 기회가 닿아 작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어르신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 주변 어르신들의 문화 환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여든이 넘으신 어머니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오히려 힘들고 지친 우리를 위로해주는 힘과 응원을 받을 수 있다. 일평생 한 번도 카메라를 만져 보지 못했던, 오직 의식주의 해결에만 몰두하며 살아 온 세월을 누구에게 탓할 수 있을까?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개발되어 많은 돈을 가진들, 오직 농사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분에게, 왜 그리 사시냐고 말씀드린들, 좋은 옷 사 입고 맛있는 것 좀 드시라 한들, “돈도 쓸 줄 아는 사람이 쓴다”고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시는 어르신들께 무엇이 진정으로 즐거운 일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대개 두 부류의 성향으로 나누어진다. 처음부터 자신을 다 보여주시며 즐겁게 참여하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수업 중 마음을 꽁꽁 묶어 두고 자신을 닫아 버리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과의 소통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자칫하면 수업 참여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내내 침묵으로 자신을 가두던 한 어머니께서, 마지막 수업시간에야 ‘내가 그곳에서 새댁시절을 어렵게 보냈다. 단칸방에서 시어머니 모시고 살았었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이런 분들에게 과연 예술체험이 어떤 의미를 전달해 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시대, 가장 쉽게 다양한 형태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요즘은 스마트폰을 쓰는 어르신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은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듣고 먼 곳의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어르신은 여전히 알뜰폰을 쓰신다. 사진을 찍거나 SNS에 올린다거나 지인들에게 보내는 것조차 할 줄 모르는 분들이다. 어르신들 스스로 ‘이 나이에 뭐하러’, ‘나는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시기도 하고, 자녀들이 무시하면서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미디어는 TV와 라디오다. 이들은 콘텐츠 생산자와 시청자라는, 일방향적 소통의 대표격인 미디어다. 지금 시대 TV와 라디오가 메인 미디어 채널의 자리를 내려놔야 했던 이유는, 쌍방향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미디어의 주 소비층으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쌍방향 소통의 핵심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아주 낮거나 거의 없어진다는 부분이다. 이런 시대 현상을 반영하듯 유튜브의 실버 크리에이터 분들도 아주 많아지고 있다.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도 자기 또래의 사람이 만든 문화 콘텐츠를 즐기며, 살아 숨쉬는 문화적 소통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참 좋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찾아온 특별한 혜택을 우리들끼리만 누린다면, 조금 섭섭하게 느끼실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어르신들 혼자 힘으로 그 모든 과정을 공부하고 익히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새로운 플랫폼과 정보기술을 삶의 일부로 삼아 성장해 온 후발 세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숭열(아트랩네모/대구사진치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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