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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4기’ 가수 남편 바라지 시인 아내의 눈물 어룽진 기도

‘돌에 그린 사랑’ 전시회

  • 입력 2021.05.09 00:00
  • 수정 2021.05.10 14:31
  • 기자명 권도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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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던
막막한 시간 견디며 그린 ‘돌 그림’ 모아 전시
간절함이 이룬 기적…남편 '완치 단계' 판정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라는 시가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고난과 아픔을 맞이하곤 한다. 그러나 그 아픔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끌어안고 사랑으로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아픔의 자리마다 꽃을 피
워낸다. 그 꽃은 소박하지만 향기로워 주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
을 주기도 한다.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찾아오지만, 그 봄을 보고 느끼고 만
지며 환하게 맞이할 수 있는 건 긴 겨울을 잘 이겨냈기 때문이지요.”
김솔 시인은 영주 산골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시를 쓴다. 꽃과 나무
를 키우며 가수와 지역신문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동한다. 영주시낭
송회 회장이자 뮤지션인 남편과 전국 공연도 많이 다녔다. 누구보다
바삐 살았던 김솔 시인에게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막막했다. 시
노래 음반 ‘새하마노시나르샤’와 싱글음반 ‘김광석거리에서’를 발표
하며 활발하게 가수 활동을 하던 남편 박푸른숲이 지난해 4월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솔 시인은 그때부터 모든 활동을 접고 남편 간호에 전념했다. 여
수와 창녕, 대구에서 요양병원 생활도 함께 했다. 창녕의 요양병원
에서는 석 달 정도 입원해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던 때라
보호자도 환자와 똑같이 외출을 금지당한 채 병실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종일 누워있는 남편을 간호하며 김솔 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돌에 그림
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곳 요양병원 산책로에는 돌들이 참 많았어요. 옛날 같으면 눈
길도 주지 않을 그런 못난 돌들이었는데 남편이 아프고 보니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돌
들이 부럽더라고요. 하나둘 주워와 흙먼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창가에 두었는데, 돌들
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었어요. 그 사연 위에 물감으로 색을
입혔습니다.”
시인은 그렇게 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그려온 돌 그림이 100여 점
이 된다. 남편은 병실에 누워있는 자신의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간호하며 돌에 그
림을 그리는 시인에게 ‘건강이 회복되면 전시회도 열고 공연도 하자’고 자주 말했다.
희망의 주문처럼 자주 말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고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함께 박푸른숲의 건강도 놀라울 정
도로 회복 됐으며 꿈만 같았던 아내의 돌그림 전시회를 열어주게 된 것이다. 또한, 전
시회를 축하하는 박푸른숲의 공연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공연이 끝나고
며칠 뒤, 박푸른숲의 펫시티 검사결과 몸속에 있던 암세포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무엇하나 내세울게 없는 제가 이렇게 인터뷰에 응한 건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예
요. 지금 이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눈부시도록 환한 봄날이지만, 또 누군가는 겨울처럼
춥고 막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 분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이
야기해 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을 걸어가고 있겠지
만, 본인이 걸음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터널의 끝은 반드시 나타나거든요. 그리고 어둡
고 캄캄하고 막막한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들은 보고 느끼고 알 수 있지요. 도처에 신
의 축복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박푸른숲 공연은 지난 4월 10일에 이상화시인의 생가터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라일
락뜨락1956에서 있었으며, 김솔시인의 ‘돌에 그린 사랑’ 전시회는 4월 10~30일 라일
락뜨락1956에서 열렸다.

 
 
 
 
 

 

 

 


권도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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