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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잠정 열혈팬 10만 ‘롤린’의 역주행 신화 기대해봅니다”

  • 입력 2021.05.09 00:00
  • 수정 2021.05.10 14:18
  • 기자명 이채연, 박은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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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에서 펼쳐지는 노래자랑에 나가서 상을 타와라. 그러면 네 말 들어줄게.”


연극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싶다는 여고생에게 어머니가 건넨 말이었다. 어머니가 도전 무대로 정한 ‘서귀포칠십리축제’의 노래자랑은 결코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제주도에서 ‘가수’로 통하는 쟁쟁한 실력자들이 몰려드는 예비 가수들의 격전장이었다. 딸은 물러서지 않고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다”면서 결의를 다졌다. 믿는 구석은 있었다. 90년대 인기 혼성그룹 ‘파파야’에서 활동했던 강경아가 사촌언니였다. 나름 ‘가수 혈통’을 믿고 두 달 동안 목에서 쇳소리가 나도록 연습해서 출전했다. 결과는 대상. 마야의 ‘소녀시대’로 무대를 찢어놓았다.


“더 이상 못 말리겠다.”


이후로 딸은 어머니의 후원과 지지로 어머니의 친정인 대구에 있는 계명대학교 연극예술학과에 입학했다. 그렇게 뮤지컬 배우 유라의 대구 생활이 시작됐다.
가수나 배우가 ‘배고픈 직업’이라는 생각 때문에 반대하긴 했지만, 어머니는 유라의 첫 번째 관객이었다. 겨우 걸어 다닐 때부터 어머니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7살 때 어머니의 친구들 앞에서 ‘동백 아가씨’를 열창했다. 노래 한 곡만 뽑으면 용돈이 쏟아졌다. 나이를 감안하면 게런티라고 해도 될 만큼 쏠쏠했다. 학창시절에는 단짝 친구와 하교 후 매일 노래방에 출석해 테이프로 노래를 녹음했다. 꼬박꼬박 녹음한 테이프를 어머니에게 건넸다. 어머니는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딸의 목소리를 반복해서 듣곤 했다. ‘딸의 가장 든든한 팬인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슈퍼스타인 딸’이라는 구도가 한번도 깨진 적이 없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공연이 있을 때마다 대구로 건너와 몇 번이고 딸의 공연을 관람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 줄곧 ‘뮤지컬의 도시’ 대구에서 활동해왔다. 대형 뮤지컬이 아닌 한국 창작 뮤지컬을 선호한 영향이 크다. A부터 Z까지 전부 참여하여 자신의 감각대로 연기할 수 있는 소극장 무대가 좋았다. 2013년에 드디어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그해 그가 주연을 맡은 ‘사랑꽃’이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상 이후 중국과 일본에서도 공연할 기회를 얻었다. ‘사랑꽃’은 아시아 3개국에서 공연된 대구 최초의 뮤지컬이 되었고, 덩달아 유라의 인지도가 올라갔다.
올해 3월에 새로운 프로필을 더했다. 싱글곡을 발표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에게 곡을 받았다. 오리엔탈풍의 발라드인 이 노래는 판소리나 트로트가 연상되는 구성진 곡이다.


“제목 ‘바람아’에서 ‘바람’은 저에게 그리운 사람 즉, 사랑 그 자체입니다. 그 사랑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고, 그리운 누군가일 수도 있어요. 노래를 듣고 진심이 느껴진다고 하는 분이 많아요. 사랑에 대한 제 해석이 노래에 담긴 게 아닐까 싶어요.”


흥행에 큰 기대는 없지만 그럼에도 믿는 구석이 있다. 뮤지컬 단체관람으로 만난 학생들이다. 한참 단체관람이 많을 때는 길거리에서 “유라 배우님 아니세요”하고 이름을 부르는 이들도 있다. 유라는 “이름까지는 몰라도 단체관람 덕분에 제 얼굴을 아는 팬들이 10만”이라고 자랑했다. 인지도 상승보다 더 값진 경험도 얻었다.


“얼굴도 잘 모르는 배우에게 열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성과 열정은 유명세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객석을 달구는 가장 확실한 무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데뷔하고 유명세를 얻고 스타가 되는 기승전결의 공식보다 공연이라는 완성된 구슬 하나하나를 꿰어나가는 것이 무대 인생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각오와 함께 ‘10만 팬’들을 향한 응원의 부탁도 잊지 않았다.
“10만에 이르는 저의 잠정 열혈팬들이 ‘바람아’로 자각해서 저의 뮤지컬 무대와 콘서트에 찾아와 뜨겁게 환호하고 떼창하는 날을 기대합니다. 브레이브걸스처럼 절대 포기하지 않고 관객 앞에 오래도록 남아서 노래하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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