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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가족을 위한 영화

가족 추천 영화

  • 입력 2021.05.09 00:00
  • 기자명 이채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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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혈통에 묻는다 “피는 물보다 진한가?”

<어느가족(万引き家族),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실은, 이들은 우리 사회가 말하는 피로 연결된 ‘진짜 가족’이 아니다. 경제적 필요에 의해 서로 묶인 공동체일뿐이다. 할머니의 연금에 기생하며 사는 각기 다른 성별과 나이의 시바타가(家). 각자 일을 하지만, 먹고살기에 어림도 없기에 좀도둑으로 생활을 연명하며 좁은집에 부대껴 살고 있다. 집안에서 ‘아빠’역할을 하고 있는 오사무는 어느날 아동학대로 길에서 떨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온다. 낳아준 부모에게 버림받은 유리는 그 날 이후로 좀도둑 가족에게 린이라는 이름을 받고 가족이 된다.


다 같이 바다로 피서도 가고 평화롭게 지내는 듯 했지만, 어김없이 시련이 찾아온다. 할머니인 하츠에가 사망했다. 구성원들은 할머니의 연금을 받기 위해 집에 할머니를 매장한다. 린은 쇼타로를 따라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발각되고, 그 사건을 계기로 학대받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린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경찰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게 된다.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히고 세상은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했다. 혈연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가난했지만, 어느 가족보다 더많은 정과 온기를 나눴다. 린은 낳아준 부모에게서 못 받은 사랑을 이들에게서 넘치게 받았다. 우리가 정의하는 ‘가족’은 정답일까?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일까?


가족끼리 모여 밥 한 끼 같이 먹고 싶을 뿐

<우리집, 윤가은 감독>
늘 투닥거리는 부모와 벌써 세상을 달관한 사춘기 오빠 사이에서 불안한 일상을 이어가는 하나와 이사에 싫증이 난 유미ㆍ유진 자매에게 ‘우리집’은 언제나 아슬아슬한 곳이다. 그저 가족끼리 모여 밥 한 끼 먹고 싶을 뿐인데, 더 이상 이동하지 않고 가족끼리 살고 싶을 뿐인데, 이 아이들에게 주어진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여름방학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지게 된 삼총사는 같이 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족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가족여행을 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집이 팔려 이사가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집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러나 유미ㆍ유진의 집은 팔릴 위기에 처한다. 문제는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 삼총사는 부모를 찾으러 무작정 모험을 떠난다. 모험은 순조롭지 않았다. 다투고, 버스를 잘못 타고, 심지어 핸드폰까지 잃어버린 세 명의 아이들. 해변가에서 부모님에게 보여 드리려고 가져온 집 모형을 힘껏 밟아 부수며 울분을 토한다.
아이들에게 ‘우리집’이란 세상의 전부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가정의 해체가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하다. 세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하나’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도 많이 있다.


가족이 행복의 이유가 되려면
<에브리바디즈 파인(Everybody’s Fine), 커크 존스 감독>


8개월 전 아내를 떠나보낸 한 남자가 4명의 자식들을 찾아 미국 전역을 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는 자식들이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자식들의 이야기다.


한평생 수천마일의 전신주를 코팅해온 아버지 프랭크. 그로 인해 병을 얻었지만, 그는 길가의 전봇대만 봐도 뿌듯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약과 카메라 그리고 4명의 아이들에게 나눠줄 크리스마스 초대장을 들고 긴 여행길을 나선다. 뉴욕, 시카고, 덴버, LA 흩어져서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아버지가 싫어할 만한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연기한다. 그걸 알면서도 아버지 프랭크는 4명의 자식들에게 모두 공통된 질문을 하고 떠난다. 너는 지금 행복하냐고.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4명 중 가장 아버지를 실망시켰던 자식 데이비드는 마약 소지 혐의로 멕시코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였다. 나머지 3명은 몸도 안 좋은 아버지가 걱정하실까 싶어 데이비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숨긴다. 아버지는 남들 보기에 잘나 보이면 자식들이 행복할 거라고 믿었고, 자식들은 아버지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영화 후반부에 모든 게 밝혀졌을 때, 이들은 비로소 가족이란 미운 것까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포근한 보금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연휴에 다 같이 모여 식사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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