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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지도층 인사들, 공무상 비밀 악용한 '기막힌 땅투기'

  • 입력 2021.04.30 00:00
  • 수정 2021.04.30 16:52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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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무원·지방의원들이 투기 앞장
일반인 알 수 없는 정보로 농경지 등 매입
▲ 경북경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문만 무성하던 부동산 투기의혹이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하나 둘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공무원과 지방의원, 공공기관 직원들이 공무상 비밀을 이용한 투기행각이 잇따라 확인돼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6일 경찰에 구속된 고령군 A의원은 사전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의 전형이다. 그는 2019년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경북 고령군 다산면 택지개발 조성 예정지 인근 땅을 3억여원을 주고 매입했다. 이듬해 6월 고령군은 경북개발공사와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올 4월 현재 그린벨트 해제 등의 절차를 거쳐 부지보상만 남겨둔 상태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선 A의원이 매입한 땅은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어 구체적인 개발 시기와 위치를 미리 알지 못하면 절대 베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A의원은 지난해 개발계획 확정 후 투기 사실이 논란이 되자 일부는 큰 시세차익을 보지 못하고 제3자에게 매각했지만, 일부 토지는 그대로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대구 달성군 다사읍과 마주보고 있는 지역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26만8,000㎡의 택지를 조성할 계획이어서 인근 지역 땅은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고, 매물 자체가 귀한 지역이다.

A의원은 지난해 투기의혹에도 불구하고 흐지부지하다 올들어 LH발 부동산투기 의혹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구속에 이르렀다.

경북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4월말 현재 17건 59명을 대상으로 투기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그 동안 2명을 구속했다.

이들 중 지자체 공무원이 11명으로 가장 많다. 지방의원 6명, 공공기관 1명, 공직자 친족 4명, 일반인 37명이다.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할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앞장서 투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앞서 이달 초 구속된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B씨도 업무상 비밀을 악용, 투기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다.

B씨는 2017년 5월 경북 영천시 임고면에 5,500㎡ 가량의 농지를 매입했다. 현재 이 땅은 공시지가로만 8억원이 넘는다. 시가는 그 2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맹지나 다름 없던 땅이지만 하천 정비공사 후 제대로 된 진입로가 났기 때문이다. B씨는 구속되기 전 문제의 부지를 전원주택단지로 개발하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풍광이 뛰어나 단지개발이 성공했다면 시세차익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B씨는 진입로가 생길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영천시는 B씨가 투기에 나설 즈음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하천정비사업을 발부했고, 한국농어촌공사 영천지사가 그 사업을 맡았기 때문이다. 물길이나 도로 등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다보니 어느 지점이 돈이 되는 땅인지 훤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어둡던 시절, 경북지역 한 시청 공무원이 측량업무를 하면서 알게된 개발정보로 땅을 사들여 거부가 됐고, 이를 밑천삼아 건설회사를 차려 승승장구한다는 말이 전설처럼 전해져온다”며 “단순 투자는 몰라도 공무상 알게된 비밀을 악용 공직자는 물론 이들로부터 얻은 정보로 투기에 나선 사람들은 법정최고형에다 투기수익 전액을 몰수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대구=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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