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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무서워" 포항 영일만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폐쇄

  • 입력 2021.04.30 00:0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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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일으킬 단층 없다" 학회 발표에도
 지역 여론 반감 강해... "원상복구 환영"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설치된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 가동을 멈춘 채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지진 후 운영을 중단한 포항 영일만 바닷속 이산화탄소 저장 시설이 폐쇄된다. 이산화탄소 주입과 포항지진은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지하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강해 원상복구가 결정됐다.

30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포항지역 수협 2곳을 중심으로 "포항 해상 탄소포집저장(CCS)실증사업의 사후관리 최적화 방안 구축 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CCS실증사업의 주체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포항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원상복구 설명회를 갖겠다며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설명회는 다음 달 6일 포항시 남구 호동 근로자복지회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CCS실증사업은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유체화해 지하에 격리하는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1년 출범한 '코리아 탄소포집저장 2020'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처리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것을 목표로, 포항 영일만 해저와 장기분지 등 2곳이 사업부지로 선정됐다. 사업에 참여한 산학연은 포항 바닷속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저장 기술을 확보하면 향후 서해의 고갈가스전에 매립시설을 건설해 운용할 계획이었다.

경북 포항지진을 촉발한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열발전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CCS실증사업은 포항지진 후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거나 시추하는 과정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일부 학계의 우려와 이런 사실을 접한 주민들의 항의로 중단됐다. 당초 2년간 1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항 영일만 해저 지층에 저장할 계획이었지만, 100톤가량 주입된 상태에서 멈췄다. 장기분지 실증시설은 시추 중 중단해 실험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한국지구물리 및 물리탐사학회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의뢰로 포항지진 관련성 조사 연구단을 꾸려 CCS실증사업 부지를 조사한 결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단층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포항지진을 촉발한 포항지열발전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자, 지역주민들은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CCS실증사업을 주도한 정부부처는 물론 산학연 전문가들은 철수 결정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5년 대비 37% 감축하기로 한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선 탄소 지중 저장기술이 꼭 필요하다. 사업 철수로 지금까지 집행된 예산 238억 원을 낭비하게 됐고, 원상복구로 17억 원이 추가로 들게 됐다.

포항시민들은 이제라도 폐쇄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양만재 포항 11·15 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 부단장은 "포항지열발전 사업도 지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규모 3.1지진에도 더 많은 물을 주입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대규모 지진을 촉발했다"며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또다시 '정부 연구개발사업이니 믿으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도 "탄소 저장 사업이 지진과 무관하다는 조사 결과에도 사업을 추진하라는 의견은 없었다"며 "시민들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시설이라면 무조건 폐쇄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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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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